최근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지배구조 개편과 사업 효율성 제고를 위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계열사 간 주가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구조조정의 효과로 기업가치 상승과 실적개선이 기대되는 종목은 주가가 크게 뛰어오르며 수혜주로 주목 받는 한편 매각 이슈가 불거진 종목은 주가도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업과 인력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는 구조조정은 장기적 관점에서 주가에 긍정적"이라며 "특히 그동안 주가가 많이 떨어졌던 기업의 경우 구조조정이 새로운 반등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2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솔로지스틱스(009180)는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으며 전일 대비 15%(405원) 오른 3,105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로써 한솔로지스틱스는 지난해 4월 이후 약 1년 만에 3,000원선을 넘어서면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솔홀딩스(7.98%)와 한솔제지(213500)(5.71%) 등 그룹 계열사들도 큰 폭으로 올랐다.
한솔로지스틱스의 주가 급등은 한솔홀딩스와의 합병 결정이 기폭제가 됐다. 한솔로지스틱스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투자 부문과 사업 부문으로 인적분할한 뒤 투자 부문을 한솔홀딩스와 합병한다고 발표했다. 분할합병을 통해 한솔홀딩스는 지주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한솔로지스틱스는 기존 물류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포석이다. 아울러 한솔그룹은 '한솔로지스틱스→한솔홀딩스→한솔라이팅→한솔EME→한솔로지스틱스'로 이어지는 복잡한 순환출자구조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분할합병의 최대 수혜주로 한솔로지스틱스를 꼽았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솔로지스틱스의 23일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분할되는 투자회사의 가치(855억원)는 합병가액(925억원)에 비해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며 "존속법인인 사업회사의 가치 역시 441억원에 불과해 올해 예상 실적 등을 감안할 때 향후 최소 400억원 이상의 상승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부터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동부그룹은 계열사들의 구조조정 진행상황에 따라 주가가 큰 폭으로 움직이고 있다. 동부그룹의 제조 부문 지주회사 격인 동부CNI(012030)는 동부팜한농 지분매각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간 지난 23일(4.96%)에 이어 이틀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동부팜한농 지분매각에 따른 현금유입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동부CNI는 전날 공시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 등을 목적으로 회사가 보유한 동부팜한농 지분을 포함해 지분매각과 관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동부로봇(090710)은 최대주주인 동부CNI와 김준기 동부 회장의 장남 김남호 부장이 보유한 주식 328만7,166주(37.60%) 전량을 중국계 리드드래곤 컨소시엄에 매각한 후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20일 최대주주 변경공시가 발표된 후 동부로봇 주가는 3거래일 만에 30% 가까이 떨어졌다.
사업구조 개편이 본격화되고 있는 SK(003600)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20일 SK브로드밴드(033630)를 주식교환을 통해 100% 자회사로 편입한다고 발표한 SK텔레콤(017670)은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SK브로드밴드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SK텔레콤 주가에 긍정적으로 반영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기존 35만원에서 37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번 SK텔레콤의 SK브로드밴드 자회사 편입을 계기로 SK와의 합병설이 재점화된 SK C&C도 다시금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K그룹의 사업구조 개편이 본격화되는 과정에서 이제 투자자들은 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있는 SK C&C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양사(145990)는 그룹 구조조정의 수혜에 따른 실적개선 전망에 3거래일간 20% 가까이 뛰어오르며 8만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심은주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삼양그룹이 지난 2년간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구조조정을 진행한 데 힘입어 올해부터 삼양사의 실적개선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밖에 현대엘리베이(017800)터도 모기업인 현대그룹의 구조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드는 가운데 실적개선까지 더해지면서 연일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은 "비용절감과 사업역량 집중을 통한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는 구조조정은 저평가 받아온 기업들에는 주가상승의 모멘텀이 될 수도 있다"며 "다만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을 떠안을 수도 있는 부정적 사례에 대해서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