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경제수필] 청문회와 프로게임

崔禹錫(삼성경제연구소 소장)국제화시대가 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눈은 매우 높아졌다. 박찬호 때문에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를 생중계로 보고 박세리 때문에 미 LPGA 골프의 진수를 맛보게 되었다. 또 월드컵 중계방송을 통해 세계축구의 최정상급 경기를 바로 관전하게 되었다. 그사이 한국 스포츠 팬들의 안목은 세계수준으로 높아진 것이다. 때문에 과거엔 열광했던 국내 경기수준에 미흡함을 느끼고 점점 더 높은 수준을 요구하게 되었다. 스포츠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도 다 마찬가지다. 경제위기를 논의하는 세계정상모임, 미국의회의 IMF출자 토론, 클린턴 스캔들의 처리과정 같은 것도 거의 리얼타임(REAL TIME)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한국사람들의 눈높이가 국제수준으로 높아진 것이다. 국제수준이란 바로 관전의 프로를 뜻한다. 프로의 경기엔 프로가 나와서 프로다운 경기를 펼쳐야 한다. 기량, 작전, 투혼 등에서 최고의 수준을 지향해야 하고 그 수준을 관중이 알고 열광하는 것이다. 프로게임에 아마추어가 끼여들거나 졸전을 벌이면 야유를 받거나 퇴출당하게 된다. 이번 국회 환란청문회는 프로종목을 아마추어게임으로 벌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별 관심을 못 끈 것은 높아진 국민들의 눈높이에 미흡했기 때문일 것이다. 당초 환란규명이란 굉장히 어렵고 복잡한 게임이다. 경제전문가들이 방향을 잘 잡아 전심전력을 다 쏟아야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 어려운 일을 국회청문회 형식을 통해 알기쉽게 하기란 더 어려운 일이다. 프로게임을 아마추어들이 하다보니 더러 의욕과잉이 드러났다. 그 복잡미묘한 환란의 과정을 캐면서 「예스」「노」만 답하라고 한다든지, 답변을 듣기보다 주장성 질문이 더 길다든지, 준비한 질문을 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예상대로 답변이 안 나오면 호통을 친다든지 하는 것등이 대표적이다. 좌우간 주제와 질문과 답변이 따로따로 놀았다. 이번 환란청문회는 당초 목적인 환란의 원인과 책임을 가리는데는 분명히 미흡했다. 그러나 국회에서 프로게임을 시도하여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