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이나 베니스는 못 가봤지만 유엔 시사회는 제가 처음이죠(웃음)" 영화 '맨발의 꿈'은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는 작품이다. 영화 촬영이 무엇인지도 몰랐던 나라 동티모르에서 찍은 최초의 극영화이자 유엔본부에서 각국의 외교사절을 상대로 시사회를 개최한 최초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영화를 이끄는 주인공 박희순(40ㆍ사진)의 최초 단독 주연 작품이기도 하다. "관객은 배우의 연기를 보고 감동을 받지만 배우들은 관객의 반응을 보고 감동을 받습니다. 유엔 본부 시사회 뒤'이런 영화를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반응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18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희순은 지난 10일 유엔본부에서 있었던 영화 시사회를 다녀온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덥고 열악한 환경의 동티모르에서 촬영하느라 살도 빠지고 머리까지 탈색이 됐던 그였지만 얼굴 표정만은 매우 밝아 보인 이유였다. 영화는 동티모르의 유소년 축구단을 세계대회 우승으로 이끌어낸 '동티모르의 히딩크' 김신환 감독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박희순이 김 감독 역을 맡았다. 한국어ㆍ영어ㆍ인도네시아어ㆍ동티모르어 등 무려 4개 국어를 섞어 말하며 극을 이끄는 그의 역량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실제 인물인 김 감독님은 엄격하고 무뚝뚝한 분이세요. 그렇게 그대로 가면 너무 영화가 무거워질것 같아서 재밌게 느껴지는 대사를 좀 조합해봤죠. '낭숭낭숭 사뚜까리 패스해'라고 하면 '바로바로 한번에 패스해'라는 뜻 인거죠" 영화는 연기를 한 번도 해 본적 없는 실제 동티모르의 아이들을 캐스팅해 만들었다. 이 때문에 아이들을 이끌며 호흡을 맞추는 것도 박희순의 몫이었다. 그는"아이들을 먼저 찍고 내 장면을 찍으려면 40~50번씩 똑같은 장면을 되풀이 해 연기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며 "내 장면을 찍을 땐 앞에서 웃는 아이들 때문에 감정이 잡히지 않아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24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는 월드컵 붐이 호재로 작용할 지 악재로 작용할 지 미지수다. 월드컵을 통해 축구를 관람할 수 있는데 굳이 축구 소재의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를 물어봤다. "월드컵은 총칼을 들지 않은 전쟁이죠. 이 때문에 모두가 한 마음으로 응원할 수 있는 거고요. 하지만 '맨발의 꿈'속에서 축구는 평화를 상징합니다. 국적을 초월해 모두가 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응원하죠. 같은 축구지만 전혀 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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