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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 아난 신임 유엔사무총장 내정/배경과 과제
입력1996-12-16 00:00:00
수정
1996.12.16 00:00:00
김영기 기자
◎미 입김 피해 독자성확보 “주목”/일·독 상임이사국 진출 대응도 관심사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현 유엔 사무총장(74)의 후임으로 코피 아난 사무차장(58)이 사실상 확정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3일 오는 2002년까지 유엔을 이끌고 갈 새 수장에 아난을 만장일치로 천거했다. 유엔총회가 아직 남아있기는 하지만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다.
아난의 유엔총장 등극은 부트로스 갈리 사무총장이 미국측 반대로 연임에 실패하며 조심스레 점쳐져왔다. 프랑스의 반대가 유일한 장애물이었다. 24세때부터 유엔에 몸담아온 아난은 친미 성향의 인물이다. 부트로스 갈리가 파리대학에서 국제법 박사학위를 받은데 비해 그는 MIT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는 등 미국적 사고가 몸에 뱄다. 이는 불어가 유창한 친불파의 인물을 원했던 프랑스의 주된 반대 이유였다. 프랑스는 그러나 부트로스 갈리의 출신국이자 그의 연임편에 섰던 이집트마저 아난쪽으로 기울자 거부권 행사를 포기하기에 이른 것이다.
내달부터 유엔 사무총장 자리를 잇게될 아난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유엔의 개혁」이며 유엔의 재정난 해결은 이중 핵심이다. 그가 안보리 피선직후 CNN과의 회견에서 미국에 유엔에 진 부채를 시급히 청산하도록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미국은 유엔 기여금중 무려 13억달러를 미납한 상황이다. 유엔에서 잔뼈가 굵은 그로서는 재정 정상화가 없이는 유엔의 효율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그 해결방법으로 미국의 빚청산을 요구한 것이다.
「아난호」의 출범은 유엔이 앞으로 「실무형」으로 변할 것임을 예고해준다. 이집트 외무장관 출신인 부트로스 갈리 사무총장은 정통 외교관리였다. 그는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며 유엔의 독자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왔다. 이에반해 아난은 유엔내에서 탁월한 업무능력으로 인정을 받아왔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본부 예산담당국장 등을 거치며 그는 나름대로 유엔의 「절약운용」 계획을 키워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무형 인물인만큼 그의 정치력과 지도력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이 남아있는게 사실이다. 때문에 국제정치체제 개편에 따른 일본과 독일의 상임이사국 진출과 환경문제 등 각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린 항목들을 그가 어떻게 처결해 나갈 것인가는 결국 임기말 성적을 판가름할 핵심 기준이 될 것이다. 실상 미국에 의해 선출된 만큼 미국의 입김을 피해가며 어떤 식으로 유엔의 독자성을 확보할 것인가도 궁금거리다.<김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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