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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전 주식투자리포트 열어보니ㆍㆍㆍ

대공황이 터진 후 세계 증시가 출렁이던 1930년대. 조선인 ‘슈퍼개미’ 유영섭은 주식 투자로 5년 만에 50만원(현재가치 500억원)의 떼돈을 벌어 단숨에‘거부’에 올랐다. 당진이 고향인 한 투자가는 15년간 머슴살이를 해 모은 돈으로 주식에 투자해 며칠 만에 4,000원(현재가치 4억원)을 손에 쥐었다.

현대의 개인투자자들은 IT의 발달로 온ㆍ오프라인으로 쉴새 없이 쏟아지는 투자리포트를 참고해 투자에 나선다. 하지만 투자환경이 열악했던 일제시대 당시 ‘조선의 개미투자자’들은 어떤 리포트를 참고했을까.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 같은 궁금증을 해결해줄 만한 희귀 투자지침서가 입수됐다. 바로 80년 전 투자지침서인‘미주수리관측법(米株數理觀測法ㆍ쌀과 주식의 흐름 이치를 보는 방법)’의 완본.

저자인 가토기쇼우는 책 머리에서“쌀과 주식이 투자의 핵심이니 내가 투자로 부자 되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은 1932년 10월에 발행된 116페이지 분량으로 쌀과 주식 등 옵션거래로 돈을 버는 방법이 잘 설명돼 있다. 책에는 지금의 투자리포트처럼 특정 주식의 추이를 그린 ‘동신주월별고저표(東新株月別高低表), 선물옵션의 행사시기를 설명하는 반월법(半月法)’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동신주는 당시 동경주식취인소의 주식으로 현재 삼성전자처럼 주식시장의 나침반 역할을 했다. 이 책은 동신주의 매월 움직임을 그래프로 그려놓았다.

또 저자는 반월법에서“매달 1일에서 15일까지 매일 종가의 평균치를 구한 후 16일 전장(오전장)에서 주가가 오르면 사고 내리면 팔라”며 주식거래의 비법을 전수한다.

아울러 책 53페이지에는 별자리를 연결한 선과 주식흐름을 연결 지어 ‘음과 양’의 주식시장으로 나눠 설명하기도 했다.



전봉관 카이스트 교수는 당시 상황에 대해“대공황이 터진 후 몇 년 간 쌀가격과 주식가격이 급락과 급등을 반복하던 시기였다”며 “일확천금을 노리고 투기판에 뛰어드는 사람이 많아 일본에서 들여온 ‘상장학’등의 책이 유통되곤 했다”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한 원로 증권인으로부터 이 책을 기증받았다.

거래소는 지난 1월부터 시작한 ‘서랍 속의 KRX를 꺼내주세요’란 캠페인을 통해 한국의 자본시장과 관련된 많은 사료를 기증 받고 있다.

미주수리지침서 외에도 유찬 한국거래소 초대 이사장이 후임에게 인계한 서류도 입수돼 눈길을 끈다. 이 서류에는 ‘재털이 2개, 신문걸이 6개, 병풍 2개’ 등 잡다한 집기까지 직접 인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일제시대 발행 된 증권서 등 다양한 사료들이 이번에 수집됐다.

김지은 한국거래소 학예사는 “한국거래소의 역사는 한국 자본시장의 역사와 같다”며 “이번 자료 수집으로 한국 자본시장의 역사를 더 잘 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오는 30일까지 사료 기부를 받은 후 올해 말 신축 홍보관에서 사료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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