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발표된 세법 시행령 개정안의 핵심은 납입보험료가 2억원을 초과하는 장기저축성보험(월납은 제외)에 대한 과세다.
이를 두고 상당수는 그간 논란이 됐던 상속형 즉시연금의 과세 기준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이 조항의 핵심은 과세대상이 늘었다는 데 있다. 과세대상이 이전에는 '가입한 지 10년 이내에 납부 보험료를 인출하는 상품'으로 정해지면서 즉시연금이 타깃이 됐지만 이번에는 '장기저축성보험'으로 확대됐다. 보험 업계로서는 영업에 만만찮은 타격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또 새롭게 설계된 연금저축 상품은 당초 예상대로 납입의무기간을 단축하고 수령기간은 대폭 늘리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연금을 적게 받더라도 길게 받으라는 연금 본연의 취지를 관철시켰다는 평가다.
◇수입보험료 2억원 넘고 월납 아니면 과세=대형 보험사들은 과세대상이 장기저축성보험 전체로 늘어났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수입보험료가 2억원이 넘고 가입한 지 10년 이상된 분기납, 반기납, 연납, 일시납 형태의 저축성보험이라면 변액연금이든, 공시이율형 연금이든 모두 세금이 매겨져 영업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는 탓이다.
과세대상 확대 외에 유념해야 할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다.
일단 과세 기준이 2억원이라는 점. 그동안 보험업계에서는 즉시연금의 비과세 한도로 3억원, 과세 당국은 1억원을 주장했음을 감안하면 외견상 딱 중간에서 절충돼 보험사로서는 '절반의 성공'으로 볼 수 있다.
다른 하나의 포인트는 월납 여부다. 이번 시행령을 보면 부자 증세를 가르는 기준으로 월납인지를 따졌다. 과세 당국이 매월 보험료를 납부하는 상품에 가입했다면 수입보험료가 아무리 많아도 과세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이 부분을 염려하고 있다. 납입 형태별로 볼 때 비월납 비중이 70%나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입이 들쭉날쭉한 자영업자들은 월납보다는 분기납이나 반기납을 선호한다는 게 보험사의 항변이다.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2억원이라는 과세 기준도 예상보다 낮지만 납입형태도 과세를 가르는 기준이 돼 앞으로 영업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중도인출은 예전대로 가능해=중도인출형 저축성보험의 비과세 한도가 어떻게 설정될지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연간 200만원을 넘게 중도인출하면 과세를 한다는 게 과세 당국의 입장이었지만 이번 시행령에서는 이 부분이 빠져 보험사로서는 가슴을 끌어내리게 됐다.
이에 따라 고객들은 기존대로 보험 상품에서 허용하는 규모 내(통상 해약환급금의 50~80%)에서 중도인출을 해도 과세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정부로서는 저금리 등으로 경영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상품 설계에 영향을 미치는 방향으로 과세를 확대할 경우 보험사 경영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연금 저축의 경우 연령 제한을 없애고 의무 납입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수령기간은 5년에서 15년으로 조정했다. 납입기간이 단축된 것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힌 측면이 있지만 수령기간을 3배 이상으로 늘린 부분은 소비자에게 유리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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