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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무너진다] 인센티브 도입등 인력손실 최소화를

◇좌담회 참석자김한중 대우고등기술연구원장 오세화 한국화학연구소 책임연구원 유희열 과학기술부 기획관리실장 정부는 신지식인을 선정하고 지식산업을 육성, 지식사회를 실현하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정부가 그리는 미래의 지식사회는 과연 준비됐나. 현실은 전혀 딴판이다. 지식사회의 기반이 돼야 할 고급 기술인력이 해외로 빠져나가거나 무더기로 직장을 잃고 있었다. 미래를 책임져야 할 이공계 학생들은 과학기술에 대한 꿈을 접고 고시열풍에 휩쓸려 있었다. 연구원들은 연구비는 커녕, 당장 월급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였다. 지난 4월12일부터 「미래가 무너진다」(흔들리는 인재대국)라는 주제의 기획기사가 나가면서 각계 각층의 호응이 뜨거웠다. 연봉 2,500만원의 10년차 박사, 박사급 생활설계사, KAIST 고시반 등 기사를 통해 드러난 지식사회의 실체를 전해듣고 연구원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기사를 마감하면서 전문가들의 좌담을 통해 고급 과학기술인력집단의 붕괴를 막을 방법과 새로운 연구개발의 방향을 제시해 본다. /편집자주 ▲金원장=최근 기업이나 출연연구소 할 것 없이 연구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져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보도한 대로 지난해 수많은 연구원들이 연구소를 떠났다. 이공계 학생들의 고시열풍은 기초 과학을 고사시킬 정도다. 이런 분위기를 극복하고 「신바람나는 연구소」를 만들 방안을 찾아보자. ▲吳박사=연구원에게 걸맞는 대접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바로 돈과 명예, 그리고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다. 기사를 보면 10년차 박사의 연봉이 증권회사 신입사원 초봉 수준이라는 기사가 나왔다. 증권사와 비교할게 아니라 같은 연구소 안에서 비교해도 된다. 연구소에서 비슷한 기간동안 근무한 연구원과 행정직원을 비교하면 연봉이 거의 비슷하다. 연구원이 연구소의 주인이라고 말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아니다. 봉급체계가 연구원에게 이익을 주는 체계로 바뀌어야 한다. ▲柳실장=현장에서 연구를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파격적인 대우를 해줘야 한다. 연구성과가 뛰어난 사람은 로열티로 보상해줘야 한다. 정부출연연구소에 가보면 연봉이 1억원이 넘는 사람을 가끔 볼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이 늘어나야 한다. 10억원이 넘는 사람도 나와야 한다. 정부가 훈·포장이나 각종 상으로 연구원을 격려해야 한다. 언론도 중요하다. 박세리, 박찬호만 보도할 게 아니라 우수한 과학자를 계속 알려줘야 한다. ▲金원장=미국의 경우 연구소의 연구원이 대학 교수보다 연봉이 50% 더 많다. 우리는 거꾸로다. 연구원이 더 적다. 정부나 기업이 정책적으로 연구원을 배려해줘야 한다. 연구원에게는 연봉보다 연구비가 더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너무 외부에서 따오는 연구비를 강조한다. 미국 연구소에는 관례적으로 「80:20」이라는 원칙이 있다. 연구소의 연구비중 80%는 정부나 기관에서 받고, 20%는 외부에서 계약으로 따오는 것이다. ▲吳박사=「80:20」으로 나눠질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연구원이 연구비가 오래 보장되는 중·장기 과제를 70~80%를 하고, 중소기업 대상의 조그만 과제를 20~30% 할 수 있다면 연구의 질이 높아질 것이다. 지금은 기를 쓰고 해도 70%를 넘을까 말까다. 생산성이 높은 연구원에게는 연구비를 3년, 5년 등 오랜 기간 보장해줘야 한다. 지금 잘하는 연구원이 앞으로도 계속 잘할 것 아니겠는가. ▲金원장=연구원들이 걱정없이 연구비를 확보하는게 중요하다. 연구원들이 20% 이상의 연구비를 외부에서 따오게 시키면 연구원들이 연구보다 연구비 확보하는데 치중하게 된다. 연구의 안정성이 떨어진다. 연구 잘 하는 사람보다 연구비 잘 따는 사람이 스타가 된다. ▲柳실장=두부 자르듯이 80대 20으로 나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연구과제나 연구소의 성격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예를 들어 천문대는 어디서 외부 과제를 따오는가. 정부가 100% 줘야 한다. 잘하는 연구원에게 안정적으로 연구비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부는 올해부터 150개의 정부지정 연구실을 운영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계속 늘려갈 것이다. 요즘 언론에서 반도체 인력이 외부로 빠져나간다는 보도가 많은데 실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반도체 연구인력이 6,400명 정도며 이중 0.3%인 20여명이 미국, 말레이시아로 빠져나갔다. 해외유출이 우려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 ▲金원장=숫자로는 적을지 모르지만 경고신호가 울린 것은 분명하다. ▲柳실장=핵심인력의 이탈이 문제다. 기업에 부탁할게 있다. 빅딜 과정에서 연구인력의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 정부도 그렇게 노력해야 한다. 잘하는 연구원에게 인센티브를 많이 줘야 한다. 어쩔 수 없이 회사를 그만둔 핵심 연구원은 정부가 인턴 연구원 형식으로 다시 고용해야 한다. ▲吳박사=연구성과는 형체가 있든 없든 지적 자산으로 관리해야 한다. 연구원도 마찬가지다.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연구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다. 지금은 이 욕구가 애국심을 넘어선 것이다. 나간 사람은 어쩔 수 없다 쳐도 내부 환경을 다시 호전시키면 상황은 반전될 수 있다. ▲金원장=IMF관리체제 전에는 한국에 들어오려고 하는 과학자가 꽤 있었다. IMF 경제위기가 터지고 한국으로 돌아올 여건이 악화됐다. 여건이 좋아지면 다시 이들을 불러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흥분하지 말자. 세계 경제는 글로벌 시대다. 연구도 마찬가지다. 「뺐기면 안된다」는 생각에 너무 집착하지 말자. 우수한 연구원이 남아 있도록 더욱 매력적인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吳박사=예산이 10, 20% 오른 것도 오른 것이고 1, 2% 올라도 오른 것이다. 거꾸로 10, 20% 깎여도 깎인 것이고 1, 2% 깎여도 깎인 것이다. 연구원들은 예산이 깎였다는 사실만으로도 굉장히 사기가 떨어져 있다. 정부는 매일 산·학·연의 동등한 경쟁을 강조하지만 이것은 문제가 있다. 산·학은 인건비 걱정없이 연구를 한다. 출연연구소는 직접 인건비를 벌어야 한다. 이것이 연구원들을 불안하게 한다. 정부는 돈이 되는 연구를 하라고 말한다. 미국은 시장이 커서 하나 잘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시장이 너무 작다. 미국과 다르다. 어쩔 수 없이 여러 개 과제를 한꺼번에 해야 한다. 실험실에 있는 연구원보다 해야 할 프로젝트 수가 더 많은 곳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연구의 질이 높아지길 기대할 수 있는가. ▲金원장=구조조정으로 전체 연구원들이 지치고 사기가 떨어진 상태다. 정부가 정책적으로라도 연구비를 올려주고 연구소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자. 우리는 문제가 생기면 하드웨어를 고치려고 한다. 연구소의 구조조정도 그렇다. 어려워지니까 사람을 자른다, 조직을 축소한다는 등 야단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의 구조조정이 더 중요하다. 일단 생겨난 연구비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 어떤 방향으로 연구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연구소 소장이 이런 일을 잘 해야 하는데 우리는 아쉽게도 연구소 소장에게 훈련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연구소장을 제대로 뽑아야 한다. 또 연구소장에게 연구소 운영을 위임해야 한다. ▲柳실장=연구소장에게 권한과 책임을 주기 위해 앞으로는 연구소장을 공모제로 뽑는다. 사회 전체가 어렵다. 모든 분야가 삭감됐다. 그 와중에서도 과기부 예산은 0.3%가 늘었고 연구비는 14.4%가 늘었다. 연구비 전체 파이는 커진 것이다. 현재 연구비 배분 구조는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많이 가게 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내게 잘했다고 말하는 연구원도 많다. ▲吳박사=과기부는 늘 연구비가 늘어났다고 말한다. 왜 연구원은 늘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는가. 예전에는 과기부 예산을 출연연구소에 주로 줬지만 이제는 대학과 기업에도 간다. 그만큼 출연연구소는 힘들어진 것이다. 출연연구소는 경상비가 줄었다. 벌어야 할 돈이 작년의 2배가 됐다. 할 일은 3배가 늘었다. 열심히 연구해서 2~3년 뒤에 성공해도 그 다음에 무얼 해야 할지 고민하는게 현재 연구원들의 처지다. ▲金원장=20세기의 연구방향과 21세기는 분명 다르다. 먼저 기초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미국, 일본에 막대한 로열티를 내는 것은 기초기술이 약하기 때문이다. 예를 하나 들자. 원자력의 기술자립도가 90%가 넘는다고 한다. 이것은 외국 기술의 90%를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이지, 진짜 원천기술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우리가 갖췄다는 뜻은 아니다. 이런 것은 이윤을 내야 하는 기업이 하기 힘들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 ▲吳박사=기초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것에 전적으로 찬성한다. 그냥 기초기술을 개발하려고 하면 밑도 끝도 없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연구를 한다. 연구해서 논문내고 하는 사이에 상품이 나온다. 하루 빨리 산업으로 연결해야 한다. ▲金원장=기초 연구를 하되 목적 지향적인 기초 연구를 해야 한다. 순수한 기초 연구라고 해도 일정한 목적을 가져야 한다. 기업이 하는 기초 연구라면 기업에 이윤을 내줘야 한다. ▲吳박사=그렇다. 목적성을 가지고 연구하고, 연구결과를 상업화시키는 것이 경시되는 사회 풍토는 옳지 않다. 연구비는 국민의 세금이다. 누가 그냥 찍어낸 것이 아니다. 연구원들이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柳실장=우리나라의 경우 모든 분야를 다 할 수 없다.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재원은 턱없이 작다. 기껏해야 미국의 10분의 1이다. 모든 분야를 경쟁하기보다는 특정 분야를 골라 육성해야 한다. 과기부는 이를 위해 21세기 프론티어사업을 기획하고 있으며 창의적 연구사업도 강화할 것이다. ▲吳박사=연구개발에 국가 전체 차원의 전략을 세우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한두 개만 잘하겠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첨단, 첨단 하지만 기본 산업도 살려야 한다. 예를 들어 섬유를 사양 산업이라고 하는데 100억 달러에 달하는 무역 흑자를 내는 산업이 또 어디 있는가. 우리는 선진국과 비교해 틈새기술로 경쟁력 우위를 가질 필요가 있다. ▲柳실장=R&D는 소비가 아니다. 말 그대로 투자다. 많은 지원을 통해 씨를 뿌리고 결실을 얻어야 한다. 미국이 70~80년대에 우직하게 과학기술에 투자한 결과 90년대 와서 그 후손들이 잘 살게 됐다. 지금은 세계화시대다. 국내보다 이젠 세계를 상대로 경쟁해야 한다. ▲金원장=지금까지는 너무 하드웨어 산업에 국력을 집중했다. 이제는 소프트웨어(컴퓨터 프로그램)의 시대다. 미국은 물론 많은 선진국의 과학자들이 방향을 돌리고 있다. 소프트웨어 산업이 모든 산업의 기초가 될 것이다. 국가가 정책적으로 소프트웨어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柳실장=기업에 부탁하고픈게 있다. 기업이 구조조정을 할 때 가장 먼저 연구원을 해고한다고 한다. 제발 연구원을 마지막 순위에 놓았으면 좋겠다. 연구원을 자르면 미래가 없다. 또 우리나라의 박사 인력중 9%가 여성인력이다. 우리나라는 이들을 잘 활용하지 않는다. 여성 인력의 활용을 늘려야 한다. ▲吳박사=우리나라는 과학자의 사회참여가 적다. 사회의 중요한 이슈를 논하거나 정책을 결정할 때 참여하는 과학자가 얼마나 되는가. 출연연구소에서 내가 그런 모임에 자주 나가는 편이다. 그러나 나는 과학자의 몫이 아니라 여성이라는 점에서 간다. 그만큼 과학자는 우리 사회의 소수세력이다. 연구개발을 왜 하는가. 연구개발은 폭발적인 수익성을 갖고 있다. 아무리 어려워도 연구소를 지켜야 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또 소규모 전문 분야는 전문 그룹이 관리해야 한다. 평가도 대형 과제와 달라져야 한다. ▲金원장=요즘 산·학 협동을 강조하지만 실제로 기업과 대학의 생각은 태평양만큼 차이가 난다. 이 차이를 메워주는 것이 연구소의 역할이다. 기업은 중앙연구소, 정부는 출연연구소가 이 역할을 맡아야 한다. /정리=김상연 기자 DREA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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