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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대통령의 이름

‘최고경영자(CEO) 대통령’을 자임한 이명박(李明博) 대통령 당선자가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어가게 됐다. 그의 약속대로 경제가 되살아나고 모든 국민이 행복해지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5년 전 후진타오(胡錦濤) 정권이 출범했던 중국의 상황을 소개해볼까 한다. 후 정권은 닻을 올리자마자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가 돌아 호된 시련을 맞았다. 발생 원인도 알 수 없고 감염 경로도 명확하지 않은 사스는 감염될 경우 38도의 고열에 시달리다가 갑자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이 치명적인 돌림병으로 중국은 단숨에 ‘공황상태’로 빠졌다. 호흡기로 사스가 전염될 수도 있다는 걱정에 거리는 한산해졌고 도시는 적막과 공포에 휩싸였다. 공항에서는 중국 방역담당 공무원들의 무차별적 체온검사가 이뤄졌으며 검사결과 체온이 높은 사람들은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격리수용됐다. 이렇게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글로벌 기업의 주재원들과 외국인 유학생들은 앞다퉈 짐을 꾸렸다. 중국으로 밀물처럼 몰려왔던 외국인들이 그야말로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고공행진을 멈출 줄 모르던 중국 경제는 단숨에 얼어붙었다. 중국에 대한 투자는 크게 위축됐고 시장 상인들은 돈 구경하기가 힘들어졌다. 여기에다 사스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닭ㆍ칠면조 등 가금류를 통해 전염되는 급성 바이러스 질환인 조류독감이 퍼지면서 중국 경제는 더욱 암울해졌다. 중국인들의 민심은 싸늘해졌고 국가지도자들은 원망의 대상이 됐다. 사람들은 후 주석의 이름을 ‘후진타오(胡緊掏)-멋대로 (돈을) 움켜쥐고 달아난다’는 동음(同音)으로 바꿔 불렀고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원자바오(瘟家寶)-집안의 보배인 가축에 돌림병을 몰고왔다”며 원망했다. 우이(吳儀) 부총리의 이름을 빗대서는 “우이(無矣)-아무 것도 없어졌구나”라고 탄식했다. 그러나 중국 지도자들은 흔들리는 민심을 수습, 5년 연속 두 자리수 경제성장을 이끌어내면서 중국을 세계 1위 외환보유 국가와 세계 2위 무역대국의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이렇게 후 주석과 원 총리는 각각 자신의 이름에 걸맞게 ‘화려한 물결(錦濤)’을 몰고 온 지도자와 ‘국가의 보배(家寶)’와 같은 지도자로 거듭났다. 이명박 당선자는 지금 출발선에 섰다. 국민들은 당선자의 이름처럼 ‘온 나라와 가정에 빛이 가득’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당선자측근들이 국회를 통과한 ‘이명박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행사를 청와대에 공공연히 압박하고 이미 정해진 당ㆍ정분리 원칙의 폐기를 주장하면서 “벌써부터 오만해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쉽지 않겠지만 이 당선자는 온갖 오만의 유혹을 의연하게 뿌리치고 5년 후 꼭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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