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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재벌해체” 일파만파(초점)
입력1997-12-03 00:00:00
수정
1997.12.03 00:00:00
최창환 기자
◎과다차입금 축소/상호지보는 폐지/외국인M&A 허용/외국인자본 의존 불가피… 경영권방어 비상/자동차·철강 등 주력산업 존립기반상실 우려2일 미셸 캉드시 국제통화기금(IMF)총재가 제기한 재벌해체요구를 계기로 재벌처리 문제가 IMF구제금융시대에 새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IMF실사단은 이를 뒷받침하듯 이날까지의 협상결과를 번복, 갑자기 우리나라 재벌의 생존기반을 뿌리째 뽑아버릴 수 있는 구조조정 방안을 제시했다.
이들의 논리는 한국경제 위기의 근원이 재벌의 과다차입 경영에 있다는 분석에서 출발한다. 구조조정의 골격은 한마디로 재벌에 대한 금융대출을 대폭 축소하고 손발을 자르는 자구노력을 기울이게 만들면서 못 견디는 곳은 망하게 하거나 주인을 바꾸라는 것이다. 물론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을 통해서가 아니라 은행에 대한 여신규제와 지금까지 재벌의 성장과 생존을 보장해 온 각종 제도의 대대적인 개편을 통해서다.
이에따라 IMF의 추가요구는 자동차, 철강, 전자·반도체, 조선, 석유화학 등의 분야에서 우리나라와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 등 아시아국가들과 세계경제의 위기로 비화될 것을 우려한 미국 등이 차제에 한국경제의 손발을 묶어버리겠다는 의도를 깔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IMF측의 요구사항은 우선 재벌의 돈줄을 끊는 것으로 집약된다. 은행의 민간부문에 대한 여신증가율을 내년중 8% 수준으로 제한하고 재벌들이 빚을 얻는 수단인 상호지급보증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라는 것이다. 이럴 경우 은행들은 예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도 돈을 빌려줄 수 없다. 은행의 신용창조 기능이 사실상 사라져 대출규모 자체가 엄청나게 축소된다. 또 지금까지 자체 형편이 나빠도 모기업의 보증으로 돈을 조달하던 재벌계열사들은 아예 돈줄이 끊기는 것이다.
부족한 돈은 단기자본시장 개방에 따라 밀려오는 외국돈에 의지해야 한다. 외국금융기관들이 3백∼4백%에 달하는 국내 재벌의 부채비율을 새삼 문제삼고 있는 상황에서 외자가 유입되지 않아도 국내 여신한도는 물론 확대될 수 없다. 게다가 18∼20%에 달하는 고금리를 감내해야 한다. 경기침체와 수출단가 하락으로 현금흐름이 악화된 재벌기업들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임은 뻔하다.
견디지 못하는 곳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계열사정리 등 손발자르기와 부동산매각 등 군살빼기로 살아남아야 하지만 어렵기는 각 재벌이 모두 마찬가지여서 도무지 사 줄 기업이 없다.
이는 외국기업이나 투자가들이 국내 M&A시장에 마음대로 들어와 설치도록 상장주식에 대한 외국인 주식투자한도의 사살상 철폐(50%)와 외국인의 상장기업에 대한 적대적 M&A를 허용하라는 주문이다.
이렇게 되면 비틀거리는 기업을 외국인들이 헐값에 골라서 매입할 수 있다. 경영상태가 건실한 기업이라도 예외는 아니다.
재벌그룹으로 덩치만 커지면 살아남던 공생의 룰도 무너진다. 연결재무제표 작성을 통한 경영정보의 투명화, 공정거래법 강화를 통한 내부거래 규제, 시장개방 확대에 따른 경쟁 격화로 모기업이 계열사를 돌봐줄 수 있는 여지가 없어진다.
사실 재벌의 문제점은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고 지금까지 우리도 고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자동차·전자·조선·철강 등 국내 재벌그룹의 주력 업종은 외국자본과의 경쟁에서 우리 경제를 지켜주는 보루이기도 하다.
IMF가 국외자의 일방적인 시각으로 재벌정리방안을 강요하고 이를 관철하면 이는 우리 경제의 경쟁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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