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국내 인수합병(M&A)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기업과 주요 투자자들이 사업확장보다는 현금확보에 주력하는 등 보수적인 움직임을 보이는데다 인수 후 시너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매수자가 사라지고 계약취소까지 속출하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캠코는 부실채권 정리기금 시한이 내년 11월로 다가옴에 따라 쌍용건설 보유 지분 50.7%를 매각하기로 했지만 마땅한 매수자가 떠오르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포스코ㆍSTX 등 유력한 인수 후보군이 최근 M&A시장에 등을 들리는 등 사려는 곳을 찾기 힘든 상황에 빠졌기 때문이다. 대우일렉트로닉스도 역시 당초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이란계 기업이 포기하면서 원점으로 돌아간 상태다. 중소기업 M&A의 경우 체감온도가 더욱 낮다. 우리들제약ㆍ아인스엠앤엠ㆍ한성엘컴텍 등은 자사 또는 계열사 지분 매각에 대한 계약까지 맺었다가 이를 취소했고 삼익악기는 멕시코의 스페코윈드파워의 지분을 취득하겠다고 발표까지 했지만 유럽 재정위기가 심화되자 계획을 백지화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처럼 지난 7월 이후 기업 지분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가 해지한 경우가 모두 8건에 이른다. 글로벌 경기침체는 기업들의 자산매각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애강리메텍은 환경자원사업부 매각을 추진하다가 매수인 사정 때문에 중단한 상태이고 한창도 매수인이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토지 등 자산을 팔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외에 콤텍시스템은 계열사 주식을, 대유에이텍은 토지와 건물은 매각하려고 했으나 무산됐다. 이처럼 M&A나 자산매각이 무산되는 것은 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외 경기와 관련한 변수들이 증폭되면서 자금마련이 어려워지고 사업 자체의 불확실성이 고조되자 M&A를 추진하던 기업들이 계획을 철회하고 있는 것이다. 코스닥 상장업체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국내 M&A시장을 보면 성장성이 보이는 중소기업들이 많아 욕심은 나지만 글로벌 경기가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시기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는 게 맞는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아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도 "최근 유럽에서 5조원 규모의 매물이 등장해 국내에서 팔아보려 했지만 인수자를 찾지 못해 포기한 적이 있다"며 "경기악화 우려가 커지자 이전에 M&A에 적극적이던 곳들도 신중 모드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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