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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 칼럼] 반값 세일을 잊자

여야 할 것 없이 외치는 복지 경제성장 뒷받침돼야 가능<br>곧 결정되는 차기 지도자 국가의 미래 먼저 생각해야


며칠 전 출장으로 미국 워싱턴D.C을 들렀다. 백악관 성탄트리의 점등식을 보려고 끝이 안보이게 늘어선 행렬, 곳곳에 불 밝힌 성탄장식 등에서 불황 중에도 연말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대개 한 해의 이맘때쯤이면 미국 사람들이 기다리는 것이 있다. '화이트 세일'이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지나고 나면 백화점이 재고를 정리하는 시간이다. 재고의 부담도 줄이고 새 봄을 준비하기 위해 거의 모든 상품을 큰 폭으로 할인해 판매한다. 서민들이 평소에 눈으로만 보던 것을 한 번 욕심내보는 때이기도 하다.

요즘 한국도 세일 잔치다. 화이트 세일을 넘어 마치 폐업정리를 하는 기분이다. 여야 할 것 없이 선거공약을 보면 모든 것이 반값이다. 등록금도 반값이요, 기초노령연금은 2배로 올려준다고 하고 4대 중증질환 진료비는 100% 국가에서 부담해준단다. 공약대로라면 복지천국이 될 모양이다. 한국을 아는 미국 친구들은 우리를 걱정해준다. 그런데 정작 국가경영을 책임져야 할 대통령 후보들은 국가의 미래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는 듯하다. 미국은 얼마 전 대통령 선거가 끝났음에도 국가의 재정을 건전하게 하고 경기를 살리기 위한 논쟁으로 연일 국회가 뜨겁다.

공짜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세금은 적게 내고 국가에서 많이 받는 것을 국민들은 좋아한다. 직장도 적게 일하고 봉급은 많이 주는 곳을 원한다. 그러나 우리가 공부한 경제학에 그런 것을 만족시킬 이론은 없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봉급을 많이 주려면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 것처럼 재정지출을 늘이려면 경제성장을 통해 국가를 더 부강하게 해야 한다. 그게 안 되면 우리 자녀들에게 빚을 물려주는 길밖에 없다.

유권자는 눈앞의 일자리나 좀 더 많은 복지혜택을 좋아하나 국가의 지도자는 국가경제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지구의 종말을 앞에 두고 사과나무를 심는 심정으로 경제성장을 이어가야 한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기간 내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제조업의 부활과 새로운 성장동력을 외쳐왔다. 이번 출장길에 다시 살아나는 미국을 봤다. 높은 임금과 노조, 낮은 근로 의욕으로 미국의 제조업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었으나 지난 4년여에 걸친 긴 불황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었다. 직장을 잃고 실업급여로 살아온 시간이 변화의 기폭제가 됐다. 예로, 자동차산업의 평균임금이 이미 우리나라의 80%이하로 낮아졌고 이제 생산성은 한국보다 높다고 한다. 지역 주민들은 똘똘 뭉쳐 노조결성을 사양한다. 지역 경제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미국 도요타 공장에서 생산된 자동차가 이제 한국으로 수출되고 있다고 한다. 정부도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 일에 혈안이다.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기 때문이다. 워싱턴D.C서 만난 조지아주 상원위원은 자기 주에 3,000명을 고용할 한국 기업에 270만평의 땅을 연간 1달러의 임대료를 받고 빌려줬다고 자랑이다. 뿐만 아니라 진입로를 내고 직업훈련원을 지어주는 등 온갖 지원을 발 벗고 도와주고 있단다.



우리 대통령 후보들도 모두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그런데 그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는 별로 대안들이 없다. 그러다 보니 손쉬운 게 있는 일자리를 나누는 일이다. 기존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고 공기업이나 대기업에 의무고용을 하게 하자는 안도 나온다. 어떻게 하던 선거는 내일 모레면 결판이 난다. 당선자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것부터 챙겨갔으면 좋겠다. 인구는 줄어들고 한국의 생산가능 인구는 앞으로 4년 내 정점을 찍고 하락한다. 대한민국이 안정적인 성장을 통해 선진국에 안착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지금이라도 꺼져가는 성장의 동력을 살리고 경제성장의 기반을 회복하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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