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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달러화 국내 유입 막아라" 은행세 등 '4중 안전장치'

[美 부채협상 급진전] 국내 대응방안은<br>외자 과도한 쏠림 경계<br>김치본드 투자 제한등 기본적 방어태세 갖춰<br>제대로 효과내는지 점검… 최악땐 추가규제도 검토


"과거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을 봐도 미국 디폴트(채무상환불이행) 위기는 최악의 국면으로 가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이번 사태의 여파가 우리 자본시장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빗장을 단단히 점검하고 있습니다."(기획재정부의 한 고위관계자) 미국 의회가 정부의 디폴트를 막기 위한 부채한도상향조정 협상을 놓고 막판까지 난항을 거듭하면서 우리 정부도 긴장의 끊을 놓지 않고 있다. 미국의 디폴트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이번 위기가 달러화 약세를 가속시킬 경우 우리나라는 외국자본의 급격한 유입과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 약화라는 두 가지 숙제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특히 외국자본의 과도한 쏠림을 경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기준금리가 점진적으로 오르고 있고 원화 가격이 달러화 약세로 치솟고 있다. 외국 투자자로서는 이자수익과 환차익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재료가 된다. 더구나 우리나라 국채나 공공기관 채권, 은행채 등은 돈을 떼일 염려가 매우 적어 안전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세계적 금융위기를 겪고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4% 중반선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정상궤도로 돌아오고 있고 국가부채 비율 역시 GDP 대비 33.5%를 기록하며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간부는 "지금 우리의 상황은 전국에 홍수가 나서 불어난 물이 집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물막이 공사를 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기 전후로 미국이 마구 찍어낸 달러가 전세계에 유동성 홍수를 일으켰고 이 유동성이 과도하게 우리 금융시장에 유입되는 것을 막는 게 급선무라는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물막이 공사의 일환으로 4중의 안전장치를 채워놓았다. 외국인 채권투자에 대한 과세와 선물환포지션 한도 축소에 이어 8월1일부터는 은행세를 도입한다. 여기에 더해 정부가 최근 '김치 본드(국내에서 발행되는 외화표시 채권)'에 대해 제동을 걸면서 외국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방어태세는 마련됐다는 게 금융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만 4중 안전장치가 제대로 효과를 내고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재정부의 고위 관계자도 "외국자본 유출입에 대한 보완적인 안전장치를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부채협상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치달아 국제 금융시장에 패닉이 발생할 경우 몇몇 규제 장치를 추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미국 디폴트 위기 등에 따른 달러약세를 우리나라 수출산업의 체질을 강화시키는 정책적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환율 하락을 저지할 정책 수단은 매우 제한돼 있어 환율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보유한 80억달러 수준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으로는 외환시장에서 하루도 버티기 힘들다는 게 금융권의 견해다. 따라서 부질없이 정부 재원만 소모하기보다는 우리 수출기업들이 원화강세 시대에 적응하도록 지원하는 게 보다 효과적이라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품ㆍ서비스의 브랜드와 품질을 향상시키고 신제품ㆍ신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기업 투자확대를 유도하는 정책이 동반돼야 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전에는 원ㆍ달러 환율이 800원대를 기록했어도 우리 기업들이 수출 경쟁력을 유지해왔다"며 "그때보다 품질과 브랜드가 훨씬 좋아졌는데 수출기업들이 못 버틸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금리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정부와 금융통화당국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아직 미지수다.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채무협상 타결 여부를 떠나 금통위가 8월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부담스러워 보인다"며 "기준금리 인상은 6개월 뒤 물가가 올라갈 것으로 보여야 하는데 해외변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소비를 늘릴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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