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을 일컫는 이른바 '근혜노믹스'의 핵심에는 중소기업 살리기가 있다. 인수위 업무보고 첫 순서에 중소기업청을 넣은 것도 이런 이유다.
그래서 일까. 금융시장에서도 중소기업 지원이 새삼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신년 초부터 시중은행들이 부랴부랴 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하고 중소기업 지원 자금을 크게 늘려 잡는 등 중소기업 지원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중소기업에 우호적인 차기 정부에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으려는 복잡한 셈법이 반영된 행보다. 코드지원인 셈이다.
◇우리銀, 中企 대상 20대 과제 발표=우리은행은 시중은행 중에서 가장 발 빠르게 중소기업 지원 방안을 내놓았다.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위한 20대 과제를 선정하고 모두 8조2,00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20대 과제 중 하나인 '우리9988 힐링 캠프'는 기업의 조기 정상화를 위해 경영진단을 통해 4개의 기업 유형으로 나누고 각 단계별로 적합한 금융지원과 대책 마련을 제시하는 게 골자다.
이외에도 10억원 이상 시설에 투자한 업체의 생산시설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때까지 최대 6개월까지 이자 납입을 유예해주고 또 전통시장의 골목상권 재활성화를 위해 총 5,000억원을 지원한다. 여기에 기존 중소기업전략부를 '중소기업지원부'로 변경하고 '소상공인지원팀'을 신설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하기로 했다.
이순우 우리은행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데 은행이 징검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며 "20대 추진 과제가 중소기업들의 성장발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12개 시중은행…설자금 5조원 증액=시중은행들도 설 연휴를 앞두고 약속이라도 한 중소기업 지원금액을 크게 늘려 잡았다. 이번 설 연휴에 확대된 금액만 해도 12개 시중은행이 약 5조원에 달한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이 설특별자금으로 중소기업에 각각 1조원가량을 더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해 설특별자금으로 5조9,000억원을 지원했던 우리은행은 올해 7조원을, 기업은행은 지난해 2조3,400억원에서 올해는 3조원으로 지원 규모를 각각 확대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지난해보다 각각 5,000억원가량 지원 자금을 늘렸다. 특히 그동안 중소기업 지원에 소극적이었던 외국계은행들도 중기지원 확대에 동참하고 있다. 한국씨티는 중소기업을 위한 설특별자금을 전년보다 2,000억원 늘려 모두 3,000억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경기가 전반적으로 어렵고 차기 정부에서 중기 지원을 강조하다 보니 당초 계획보다 지원규모를 확대하게 됐다"고 귀띔했다.
정책금융기관들은 새 정부 중기지원 코드 맞추기에 시중은행들보다 더 적극적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최근 수출 중소·중견기업 지원강화를 위한 '기업성장지원단' 신설을 골자로 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컨트롤타워 성격의 기업성장 지원단을 신설하고 그 아래 상생금융실과 히든챔피업실, 중소·중견기업금융 등을 직속 배치했다. 또 환리스크관리, 해외진출정보 제공 등 비금융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컨설팅 전담조직을 단장 직할로 뒀다. 정책적인 중요성을 감안해 단장은 부행장급에 맡겼다. 이에 앞서 한국정책금융공사는 올해 자금공급목표의 3분의2인 7조6,000억원을 중소·중견기업에 배정하겠다는 지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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