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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자소관
입력1999-06-06 00:00:00
수정
1999.06.06 00:00:00
사주팔자라는 말이 있다. 사람마다 태어나면서부터 일생 동안 살아가는 역정이 정해져 있다는 말이다. 꼭 그렇고 안 그렇고는 믿어도 좋고 안 믿어도 좋다.그러나 나이를 더해갈수록 기차가 선로 위를 가듯 자기의 생을 정해진 대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차가 선로를 벗어나면 달릴 수 없듯이 사람도 팔자를 거역하면 살아갈 수 없다는 말들을 한다.
어렸을 때의 일을 회상해보면 자라나는 환경이 현재의 생활과 활동에 큰 밑거름이 됐다는 생각이 들고 그것이 팔자소관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나는 어렸을 때 남산보다 조금 낮은 산을 두 개나 넘어서 왕복 8㎞의 거리를 걸어 다니면서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방학 때와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8㎞씩을 걸었다는 말이다.
어렸을 때니 책보를 허리춤에 둘러메고 다녔던 것이다. 그러니 다리와 체력이 얼마나 단련됐겠는가. 그것도 점심을 거르다시피 하면서 다녔는데 하루 세끼를 꼬박꼬박 먹었다면 훨씬 더 건강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초등학교 시절 두 개의 산을 넘어서 왕복 8㎞를 달리고 걸어 다니면서 단련된 체력 때문에 오늘의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내가 태어난 환경과 고향을 사랑하게 되고 감사하는 마음까지 든다. 지금도 나는 산을 오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초등학교 시절을 회상하면서 누구보다도 늠름하게 발길을 옮긴다.
팔자소관이라는 말을 실감케 하는 또다른 경험도 있다. 나는 내가 태어난 전남 신안군 도초면 우이도리라는 작은 섬에서 초등학교를 마친 후 목포 유달중학교에 입학했다.
중학교 3학년 때 대대장직을 맡은 학도호국단 간부였다. 학생조회가 있을 때마다 전교생을 집합시키는 구령을 해야 한다. 어느날 교감선생님이 나를 불러 『대대장은 구령을 잘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목청을 단련해야 한다』며 『매일 아침 유달산에 올라가서 구령연습을 하라』고 말씀하셨다. 교감선생님의 말씀대로 했다.
한달간 매일 목청을 높여 구령연습을 하다보니 목이 잠겼다가 다시 트이면서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 뒤로는 아무리 소리 높여 목청을 돋구어도 목이 쉬지 않았다. 그때 단련된 목청 때문에 선거 때마다 연설을 하거나 큰 소리로 말을 해도 목에는 이상이 없다. 그때부터 지금의 나처럼 정치인이 돼 연설을 하면서 목청을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라는 팔자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팔자소관이란 말이 실감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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