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표는 15일 오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당내 혼란을 수습할 계책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 대다수 참석자들은 당내 모든 계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혁신기구를 만들어 당 쇄신작업을 맡겨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구체적인 운영방식이나 기구의 성격·권한 등은 논의되지 않았으나 대체로 모든 참석자가 기구 구성의 원칙에는 동의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문 대표는 17일 오전 최고위를 다시 열어 세부적인 구성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와 별개로 문 대표는 당내 일각의 '공천권 요구' 움직임이 있다고 보고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그는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기득권에 안주해서는 우리 당의 미래도, 희망도 없다"며 "국민을 위하고 국민이 바라는 것을 흔들림 없이 이뤄나갈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비노 세력을 '기득권에 안주한 세력'으로 규정하면서 타협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비노계의 반발은 거세지는 양상이다. 비노계 좌장 격인 김한길 전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특별한 입장표명 없이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당내 여러 의원 그룹들은 의견을 나누면서 문 대표 비토론에 힘을 싣고 있다. 다만 지도부가 설립 의사를 밝힌 혁신기구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안이 나오면 검토해보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지도부 사퇴를 선언한 주승용 최고위원은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문 대표가 생각이 다른 분들의 비판에 대해 상황 인식을 잘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갑자기 공천 지분권 얘기를 하면서 당내 문제와 '친노 패권주의'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부정하고 있는데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집권을위한모임 소속 유성엽 의원은 "'당이 이런데 공천권이 뭐가 중요하냐. 혁신이 우선'이라고 말한 것을 문 대표가 지분 논란으로 마음대로 해석했다"며 "공개 문건은 아니지만 문 대표의 생각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문 대표 퇴진론을 주장하고 있는 박주선 의원을 비롯한 광주·전남 지역 의원들은 18일 모여 최근 당내 문제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민집모 등 비노 그룹들도 다음주 회동을 갖고 대책마련에 들어갈 계획이다. 박 의원은 "문 대표가 잘못된 인식을 고치지 않고 끝내 혁신이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고 판단된다면 대안의 길을 모색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탈당 또는 신당 창당 가능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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