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인 가계부채가 역대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기준금리 인하,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에다 이사철까지 겹친 탓이다. 정부는 부채를 늘려 경기를 활성화시키고 소득을 제고한다는 생각이었지만 부채만 늘어나는 형국이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 한국은행은 10월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이 전월보다 7조8,000억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증가폭은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3년 이후 최대다. 10월 말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730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10월 가계대출 증가는 단연 주택담보대출이 이끌었다. 주담대는 9월보다 5조4,000억원 불었다. 역시 비교 가능한 2007년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잔액은 450조5,000억원에 달했다. 마이너스통장·신용대출 등의 기타대출도 2조4,000억원 증가해 지난해 6월 이후 1년 4개월래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잔액은 280조1,000억원이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이 6조4,000억원 늘어나 전체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했으며 저축은행 등이 포함된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1조4,000억원 불었다. 특히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주담대 잔액이 94조9,000억원으로 1,000억원 감소했다. 비은행 주담대 잔액이 줄어든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1년 7개월래 처음으로 가계대출 중 일부가 비은행에서 은행으로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10월 가계대출 폭증에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에다 한국은행의 2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 가을 이사철 등 계절적 요인이 모두 작용했다.
가계대출은 연말까지 빠른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사철에 주택 계약을 하고 실제 자금 집행은 연말에 이뤄져 가계대출도 연말께 급증한 경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4·4분기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전 분기에 비해 9조원이 늘었다. 3·4분기 증가폭(2조1,000억원)에 4배가 넘는 수치다. 2012년도 마찬가지여서 4·4분기에 5조3,000억원이 늘어나 3·4분기 증가세(1조5,000억원)보다 많았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부채를 늘려 소비를 활성화시키고 경기를 살려 소득도 불어나게 한다는 게 정부의 목표였는데 지금은 주택가격도 상승하지 않고 소득도 늘어나지 않은 채 부채만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당장 가계부실이 터질 정도는 아니지만 징후가 좋지 않다"며 "부채만 계속 늘어는 현상이 누적된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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