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이 멀다하고 터져나오는 개발계획이 전국의 땅값과 집값을 천정부지로 올려놓으면 정부는 이를 잡겠다며 연일 투기대책을 쏟아내고 있는 게 요즘 풍속도다. 쉽게 말해 정부가 부동산 값을 올려놓은 뒤 세금으로 그것을 다시 때려 잡겠다고 호통을 치는 형국이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개발계획을 발표해 부동산 가격을 잔뜩 올려놓은 뒤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다시 환수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비판은 최근 몇 년간 시행ㆍ발표된 일련의 정책과정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정부는 투기대책의 한 편에서 동북아허브와 국토 균형발전, 가용토지 및 주택 공급확대라는 다양한 명분을 대며 개발 청사진을 내놓았다. 이렇게 지난 2~3년 동안 정부와 지자체가 내놓은 총 개발건수만 135건(2억7,470만평)에 이른다. 개발건수가 많다 보니 사업유형도 각양각색이다. 행정도시 2,212만평, 2기 신도시 등 대규모 주택단지 조성 1,319만평, 경제자유구역 1만2,181평, 기업도시(신청지역 기준) 6,503만평, 택지개발사업 2,904만평 등…. ‘균형발전’이란 명분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참여정부가 추진 중인 개발계획은 공공기관 이전을 매개로 이뤄질 혁신도시 11곳까지 포함하면 눈덩이처럼 늘어나 마치 지난 60~70년대의 개발시대를 연상하게 만든다. 개발이 거의 없었던 서울에서도 뉴타운(15곳 387만평), 균형발전촉진지구(5곳 47만평), 택지개발(6곳 76만평) 등의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판교ㆍ파주 등 2개의 신도시 사업뿐 아니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 국민임대주택단지 건설까지 추진되고 있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말대로라면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남양주ㆍ김포 등 곳곳이 택지로 개발된다. 여기에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성남 서울공항까지, 투기꾼들이 쉴 틈이 없는 것이다. 강원도에서는 기업도시를 준비 중이며 충청남도는 행정도시를 비롯, 3,005만평의 땅에서 개발이 예정돼 있다. 전북ㆍ전남ㆍ경북ㆍ울산ㆍ부산ㆍ경남 등도 크고 작은 개발 프로젝트가 운영되고 있다. 특히 전남의 경우 경제자유구역 1곳, 기업도시 신청지역 2곳, 지역특구 2곳, 택지개발 1곳 등 총 개발면적이 7,398만평에 이르고 있다. 그 가운데에는 전남 해안지대를 관광벨트로 개발하려는 ‘J프로젝트’가 버티고 있다.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을 탓할 수만은 없다. 문제는 대규모 개발정책이 저금리와 맞물리면서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전국토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개발은 기획부동산업자들에게 좀처럼 맛볼 수 없었던 먹잇감 노릇을 하고 있다. 이들은 충남 행정도시에서 원주 기업도시 예정지로, 울산ㆍ제주 등으로 무대를 옮겨가며 헐값에 산 부동산을 몇 십배 부풀려 되파는 수법으로 토지가격을 끌어올렸다. 올들어 토지시장은 지난해보다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전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대규모 개발로 가격은 여전히 강세를 잇고 있다. 건설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지가동향에 따르면 충남 연기군은 3월 한달 동안 6.34% 올랐다. 충남 논산시(4.75%), 공주시(3.73%), 천안시(2.55%) 등도 강세를 보였다. 충남 태안군(1.62%), 전남 해남(1.30%), 영암(1.35%) 등 개발지역의 땅값은 고개를 숙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뒤늦게 ‘5ㆍ6 토지시장안정대책’을 발표하고 내년부터 외지인의 농지ㆍ임야에 대해 양도세를 실거래가로 과세한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토지투기지역 지정요건도 종전 분기별에서 월별로 바꿨다. 덕분에 건교부 주택국장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될 판이다. 하지만 이제 ‘뛰는 놈(정부) 위에 나는 놈(투기꾼) 있다’는 말은 정석으로 자리잡은 상황. 전국의 주택과 토지시장은 여전히 폭풍전야다. 오는 6월 초에 주요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지가 확정 발표되고 6월 중순에 기업도시 시범지 3~4곳도 결정된다. 대규모 개발사업이 장기간에 걸쳐 시장에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동산값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부동산값 상승은 개발의 수혜를 즐겨야 할 기업들에조차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파주 문산의 액정표시장치(LCD) 단지의 경우 땅값이 워낙 크게 올라 외국기업뿐 아니라 국내기업조차 입주를 꺼리고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땅값 상승은 주택값에 그대로 반영돼 우리 경제에 또 다른 버블을 만드는 등 후유증을 가져올 수 있다”며 “지역균형발전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발의 청사진만 잔뜩 분칠하듯 늘어놓을 게 아니라 국민이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보다 큰 그림의 시장안정대책과 개발계획을 먼저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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