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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용서받지 못할 비리" 서릿발… "개혁 별도 TF 구성하라"

[위기의 금감원]<br>저축銀 사태해결은 고사하고 국민 불신 커지자 직접 방문<br>"분노에 앞서 슬픔 느낀다"<br>"임금 9,000만원 받으면서…" 기득권 도덕적 해이도 질타

이명박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을 불시에 방문해 금융기관 감독 부실에 대한 '서릿발' 같은 질책을 하자 김석동(왼쪽 두번째) 금융위원장 등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왕태석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4일 오전7시께 청와대 집무실에 출근하자마자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백용호 정책실장 등 주요 참모들을 불러모았다. "아무래도 내가 금감원에 직접 가서 대통령이 가진 생각과 의지를 밝혀야겠다." 이 대통령의 이 말에 참모들은 기민하게 움직였고 그로부터 약 두시간반 뒤 이 대통령은 금감원 직원들 앞에서 '서릿발' 같은 분노를 표출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금감원을 찾은 것은 매우 전격적이며 국가원수가 일개 기관을 직접 찾아 문책 의지를 밝힌 것 자체가 파격이다. 이는 보통 해당 부처 장관이나 위원장 등 책임자를 통해 분노를 전달하고 후속조치를 마련하도록 지시하는 게 상식에도 맞고 이 대통령이 그렇게도 해봤으나 뾰족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강한 불만의 표시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두 주 전 김석동 금융감독위원장과 별도의 시간을 갖고 각별히 당부했으나 저축은행 부당 자금인출을 둘러싼 문제에 대한 사태수습이 해결되기는 고사하고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이런 이 대통령의 불만이 금감원 직접 방문이라는 '파격'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 됐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부산저축은행 부당 자금인출 문제의 사태추이를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금융감독기관의 자율적인 사태해결을 기대했으나 이날 오전 조간신문에서 금감원 부산지원 직원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금감원 방문을 결심하게 됐다는 후문이 있다. 또한 이 대통령은 직원들이 퇴직 후 자신이 갈 자리를 관리하는 등 불법ㆍ탈법행위가 관습처럼 이뤄진다는 금감원 출신의 전직 간부의 인터넷 메일 제보를 받고 매우 분노해 참모진에 금감원 방문을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 대통령은 금감원 직원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분가량 조목조목 이번 사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장관이나 위원장을 통해 얘기를 전하고자 했으나 국민 전체에게 주는 분노보다 내가 분노를 더 느껴 직접 방문했다"면서 "여러분의 역할에 대해 부산저축은행 등 대주주와 경영진의 용서받기 힘든 비리를 저지른 것을 보면서 저 자신도, 국민도 분노에 앞서 슬픔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금융감독기관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강도 높은 개혁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이날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으로부터 자체 쇄신방안을 보고받았음에도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근본부터 개혁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여러분의 손으로만 (개혁을) 하기에는 성공적으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새로운 TF를 만들어 이번 기회에 관습을 버리고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금융감독기구 개혁을 위한 TF의 밑그림은 '총리실 중심의 범정부 민관 합동 TF'로 방향이 잡혔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금감원 개혁을 위해) 제3자적 관점에서 기존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제대로 고쳐야 하지 않겠느냐는 게 청와대의 인식"이라며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관계부처와 외부전문가로 TF를 구성해 근본적 개혁에 대한 추가적인 계획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공정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일로 받아들이고 강도 높은 개혁과 문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금감원 직원들에게 "여러분의 평균 임금이 9,000만원은 될 것"이라면서 "생존을 위한 비리가 아니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하는 비리는 용서받아서 안 되고 이에 협조한 공직자가 있다면 역시 용서받아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기득권층의 도덕적 해이를 흐지부지 넘어갈 경우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잃고 집권 4년차 국정운영의 동력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문책의 폭과 방향은 아직 명확해보이지 않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이번 저축은행 사태가) 국민 전체에 주는 분노보다 내가 더 느낀다"면서 금융감독기관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시함에 따라 금융감독기관 책임자에 대한 문책설이 자연스럽게 제기됐다. 그러나 청와대는 현재의 김 위원장과 권 원장에 대한 즉각적 해임보다는 금융감독기구의 과거 비리 조사 및 비리 관련자 처벌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금융감독기관에 대한 분노는 특정한 것에 대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지난 1997년 카드사태와 근래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 대한 전반적인 금융문제에 관심을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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