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기자재 업체의 한계를 밸러스트 수처리장치 등 고부가가치 신규 사업으로 뛰어넘겠습니다."
김경훈(58·사진) 엔케이(085310) 대표는 4일 부산 녹산산업단지 사옥에서 기자와 만나 "올해는 밸러스트 수처리장치, 초대형 공기압력용기(APV) 등 신규사업을 개척해 재도약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 1980년 회사 설립 후 선박용 소화장치와 고압가스용기를 전문으로 생산해온 엔케이는 최근 밸러스트 수처리장치 사업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주력 사업인 선박용 소화장치 사업이 경쟁심화로 수익성이 떨어져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는 것이다.
밸러스트는 선박의 균형을 잡기 위해 바닷물을 채우는 탱크다. 밸러스트 수처리장치는 이 탱크에 들어가는 바닷물을 살균하는 장치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04년 '선박의 밸러스트 수와 침전물의 통제 및 관리'를 위한 국제협약을 채택했고 2012년 이후 건조되는 선박과 오는 2017년 이후 운항하는 모든 선박에는 밸러스트 수처리 시스템 설치를 의무화해 성장성이 크다.
김 대표는 "엔케이의 밸러스트 수처리 시스템은 다양한 선박에 상대적으로 손쉽게 설치할 수 있는 범용성이 가장 큰 강점"이라며 "공기를 이용해 오존을 생산, 처리시간 대비 별도의 예비품이나 소모품이 적게 소모돼 경쟁력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올해부터 밸러스트 수처리장치 수주가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엔케이는 현재 한 글로벌 선사와 밸러스트 수처리장치 관련 전체 턴키(Turn-key) 계약을 협의하고 있다. 글로벌 선사는 보통 200~300여척의 탱커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계약이 성사되면 실적이 크게 뛰어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는 "미국 선주사에 3척의 선박에 탑재되는 수처리 장치를 공급했고 일본 대형 선주사로부터 8척을 수주했다"며 "이 계약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턴키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엔케이는 이 같은 신규 수주를 통해 올해 밸러스트 수처리장치 사업에서 매출액 400억~500억원을 기록하고 내년부터는 연간 2,00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엔케이는 해외 기업들이 독점해온 국내 APV 시장을 기술력 하나로 국산화한 후 해외 시장에 당당히 진출했다. APV는 초대형 공기압력 용기로 석유시추선·위성 등에 사용된다. 김 대표는 "2010년 APV 국산화에 성공해 지난 4년간 1,070억원 규모의 수주계약을 따냈다"며 "미국과 영국 기업이 독점한 시장에서 독자기술인 '바렐연마' 공법을 적용한 제품으로 글로벌 선사들로부터 품질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엔케이의 APV는 첨단기술만 살아남을 수 있는 우주항공 분야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엔케이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위성 발사체용 APV를 독점 납품하고 있다. 김 대표는 "나로호 발사 당시 국내 위성 발사 사업에 참여한 러시아 측이 우리 회사 APV의 우수성을 인정해 러시아에도 수출하는 쾌거를 이뤘다"며 "현재 230억원 규모의 1차 장비는 제작을 완료했고 600억원 규모의 2차 프로젝트 계약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케이의 적극적인 고부가가치 신사업 육성은 흑자전환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엔케이는 2·4분기 7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4억 영업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주요 사업인 고압가스용기 사업, 선박용 소화장치 사업이 고루 성장한데다 밸러스트 수처리장치 사업은 전년동기 대비 73.9%나 급성장했다.
김 대표는 "지속적으로 제품 경쟁력을 강화해 하반기에도 실적 개선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앞으로 단순 선박기자재 업체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기술집약 기업으로 체질을 바꿔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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