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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독감이 남긴 교훈

지난해 12월, 충북 음성에서 처음 발생한 조류독감이 두 달 동안 국내 양계, 오리관련 산업에 엄청난 피해를 입히고 일단락됐다. 관련 제품의 소비가 발생 이전에 비해 최대 90%까지 감소하고 업체의 부도, 농장주와 치킨점 업주의 자살 등 사태가 확산될 때까지만 해도 관련산업 전체의 붕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도 우려되었으나, 전국적인 소비촉진 캠페인이 성과를 거두면서 다행스럽게 시장이 정상화됐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닭고기 가공업체를 경영하고 한국 계육협회를 이끄는 입장에서 창업이후 최대의 시련이자 잔인한 겨울을 보냈지만, 한편으로는 IMF 당시 들불처럼 번졌던 금모으기의 재판처럼 닭, 오리고기 먹기 캠페인에 적극 동참한 우리 국민들의 애국심을 보면서 이 사업을 시작한 데 대해 보람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조류독감은 물러갔지만 그 상처까지 완전히 아문 것은 아니다. 수천 억원 대의 피해는 14만 양계농가와 2만여 개에 이르는 치킨 체인점과 체인본부, 음식점, 닭고기 가공업체 등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는 실정이다. 대신 업계는 지난 2월부터 불과 한달 남짓한 기간 동안 닭고기의 우수성을 널리 알릴 기회를 어떤 산업보다도 많이 제공받고 모든 국민들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1990년 육계 계열화 사업으로 선진국형 육계사업의 기초를 쌓은 이후 고속 성장해온 우리 닭고기 산업이 조류독감 사태를 계기로 전환점에 서게 된 것이다. 지금부터의 수습방향에 따라 향후 우리 닭고기 산업이 한단계 발전되어 동북 아시아 시장을 주도하는 강자로 올라설지, 아니면 이웃 일본처럼 미국, 태국과 같은 강자에 의해 수입품의 경쟁시장으로 전락할 지가 결정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이번 조류독감 사태를 계기로 닭고기 산업을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축산 대표업종으로 정착시키고, 수출산업으로 육성하는 기회로 만들기 위해 정부와 언론에 두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는 체계적인 가축질병 예방 시스템의 확립이다. 예방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거니와 비용 측면에서도 사후에 수습하는 예산의 몇 분의 일만으로도 더 나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과감한 사전 투자로 예방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뜻이다. 대표적인 사전 예방책으로 사육환경 개선을 들 수 있는데, 축종(畜種)을 불문하고 정부 지원에 의한 사육환경 개선이 대대적으로 실시된다면 가축 전염병 예방에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닭은 질병에 민감하여 이번 조류독감 뿐만 아니라 뉴캐슬병, 가금티푸스 등의 전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수출이 막히고 양계농가가 치명적인 손실을 입는 등 어려움을 겪어왔다. 정부에서도 이미 `ND(뉴캐슬병) 근절 5개년 계획` 등의 정책을 통해 가축 전염병 예방에 힘을 쏟고 있으나, 이번 기회에 예방 대상 범위도 확대하고 예산도 증액하여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둘째는 언론의 균형 있는 보도이다. 조류독감 발생 초기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가 이번 사태의 확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데에는 아마 이견이 없을 것이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다는 명분하의 무차별적인 보도로 인해 70여만 명의 업계 종사자들은 같은 국민이면서도 피해자가 되어 벼랑 끝까지 내몰렸던 것이다. 하지만 이웃 일본에서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조류독감이 발생했지만, 소비자와 생산자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의 정부와 언론이 차분하게 대응한 덕분에 업계는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었다고 한다. 뒤늦게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펼치면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소비자와 생산자(산업)를 동시에 보호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두고두고 남게 된다. 우리 역사상 최초로 발생했던 조류독감은 양계, 닭고기 산업 뿐만 아니라 이 사회의 많은 분야에서 교훈을 남겼다. 모쪼록 이번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 사회의 위기대처 능력이 한층 향상되기를 바라며, 금모으기 이후 6년만에 범국민적으로 닭, 오리고기 소비촉진 캠페인에 동참해준 소비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한형석 ㈜마니커 대표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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