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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빅뱅 m헬스시대] <중> 진화하는 스마트 헬스기기

혈압·맥박 측정은 기본… 술 마시고 끊긴 기억도 찾아줘요

손목에 차고 귀에 꽂으면 심박동·칼로리 소모 계산… 특정 시간 행적 확인까지

웨어러블 기기 확산 타고 차세대 성장동력 급부상

원천기술 개발 서두르고 법·제도개선 뒷받침해야


스마트폰은 이제 현대인의 일상에서 가장 가까운 친구다. 어디를 가든 항상 따라다니며 필요한 것들은 바로바로 해결해주는 조력자로 통한다. 지식적인 부분을 비롯해 생활에 편리함을 제공하며 인간의 삶을 더 똑똑하게 해준다. 최근에는 우리의 건강까지 세심하게 돌봐주는 모바일헬스(m헬스) 시대를 열었다. 병원 예약과 질병 정보검색 기능은 기본으로 장착해 다양한 케어를 도모한다. 특히 나만의 '모바일 주치의'가 돼 혈압과 혈당 등의 건강 관리를 해주는 것은 물론 내게 꼭 필요한 헬스 라이프까지 가이드한다. m헬스 시대가 시작되면서 m헬스 관련 기기 출시도 본격화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설리번' 조사에 따르면 전세계 260여개 헬스케어 관련 업체 임원 1,83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올해 헬스케어 분야 최고 트렌드로 m헬스를 꼽았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최대 가전전시회인 'CES 2014'에서도 m헬스 시대의 본격화를 예고했다. 헬스케어 관련 기업 참가율이 지난해의 경우 전년 대비 20% 증가한 데 이어 올해는 40%나 늘어나며 m헬스 관련 기기는 이미 정보기술(IT) 업계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떠올랐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 이어 파키스탄·페루·우간다 같은 중·후진국에서도 휴대폰을 활용한 m헬스 시장을 개척하며 치열한 경쟁 중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보통신기술(ICT) 최강국임에도 원격진료가 사실상 금지돼 발목이 잡혀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m헬스가 차세대 먹거리로 국내 일자리 창출에도 상당히 기여하는 만큼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장성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웨어러블 기기가 확산되면서 헬스케어 산업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며 "우리 기업들은 원천기술 개발을 서둘러 헬스케어 시장 주도권 장악에 나서야 하고 정부 역시 현실을 따라오지 못하는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떠오르는 m헬스 시장 육성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CES 2014의 핫트렌드는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m헬스 기기의 본격적인 등장이다. LG전자와 애플, 소니 등 IT 업계 선두기업들이 헬스케어 관련 제품을 선보이며 m헬스 물결을 만들어냈다. 해외 언론들의 예측과 달리 스마트워치 대신 헬스케어에 초첨을 맞춘 손목밴드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 '라이프밴드 터치'를 내놓은 LG전자가 가장 눈에 띈다. 설익은 시계형 웨어러블 기기를 내놓기보다는 실속형 밴드 m헬스기기를 선보이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이 제품은 사용자의 움직임을 감지해 걸음 수와 움직인 거리 등을 체크, 칼로리 소모량을 계산해준다. 스마트폰에 설치한 'LG피트니스'나 '마이피트니스팰' 등 헬스케어 앱을 통하면 사용자의 건강상태도 주기적으로 관리한다. 함께 공개한 '심박동 이어폰'도 주목할 만하다. 밴드와 연동되는 광학센서 기술을 적용해 귀에 흐르는 혈류량으로 심박동이 측정된다.

이미 스마트워치를 공개한 소니 역시 m헬스기기 '스마트 밴드'를 내놓았다. 사용자의 일상을 기록하는 라이프로그 성격을 가진 게 특징. 기록된 내용은 스마트폰 앱 '라이프로그'에서 사용자의 과거 행적으로 남아 특정 시간에 어떤 활동을 했는지 확인된다. 스마트 밴드만 있으면 술을 마시고 필름이 끊기더라도 자신의 행적을 추적할 수 있는 셈이다.



이외에 PC 게임용 하드웨어 제조사 레이저는 스마트 밴드 '나부(Nabu)'를 선보였다. iOS와 안드로이드 OS와 호환되며 착용자의 위치와 이동경로를 추적해 치매환자을 찾는 데 용이하다. 'REFLX Labs'가 공개한 부기오 제품은 신발 깔창용 센서와 송신기로 구성돼 발에서 가해지는 압력을 신호화해 건강관리뿐만 아니라 발 신호를 이용한 게임도 즐길 수 있어 많은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LG전자 관계자는 "모바일 헬스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높게 보고 CES 2014 기간 동안 많은 헬스 관련 기업들이 다양한 m헬스 기기를 선보였다"며 "LG전자도 내부적으로 차세대 먹거리로 'm헬스 시장'을 1순위로 꼽고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m헬스 시장이 크게 열릴 조짐을 보이자 국내 헬스 관련 업계는 본격적인 시장개척에 나서고 있다. 한국전자정보통신진흥회(KEA)는 우리나라 업계의 중·후진국 m헬스 시장 개척을 지원할 수 있도록 m진료 개념과 표준을 정한 'm헬스 프레임워크'를 개발, 국제표준화기구(ISO)에 표준화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국내 m헬스 시장은 초기 단계에 불과해 해외 m헬스 시장 프로젝트 수주가 쉽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 의료법이 원격의료를 철저하게 금지하기 때문에 국내 레퍼런스(구축사례)가 없다 보니 국내 기술이 채택되지 않는 탓이다. 해외 선진국과 달리 m헬스 시장 개척을 위한 전담조직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현실을 외면하는 관련 법과 제도도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다. 국내는 서울대 의대팀이 4년간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지난 4월 만들어 무료 보급하던 스마트폰 앱 '서울대 전립선암 계산기'가 대표적이다. 이 앱은 2000년대 서울대병원과 계열 병원에서 치료 받은 전립선암 환자 5,000여명의 데이터를 토대로 나이와 전립선 크기, 특이 항원 수치 등을 입력하면 암 발생 확률을 계산해 비뇨기과 전문의 수백명이 내려 받을 만큼 인기다. 하지만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료기기로 분류해 보급이 중단됐다.

김창경 한양대 교수는 "세계적으로 의료 분야는 의공학과 나노기술·로봇·유전공학 등이 결합하는 차세대 의료혁명이 현실화되며 m헬스 시대가 본격화되는 시점"이라며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은 관련 법·제도를 완비하는 등 m헬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며 IT 강국인 우리나라보다 10년이나 앞서가고 있는 반면 우리 기업과 정부는 제자리걸음만 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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