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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태계 인프라를 키워라] <1> 창작·유통·향유의 선순환 구조로

공연·미술 유통시스템 개선… 국민들 문화예술 접근 쉽게해야

예술 관람 영화가 65.8%… 서양음악·무용 한자릿수

영화입장권 전산망처럼 공연예술·미술품거래도 투명한 유통 경로 필요

공연장·미술관 등 늘려 지역·장소 제약 해소도



지난 1월26일 서울 충정로의 한 극장에서는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비언어극(넌버벌 퍼포먼스) '난타'가 국내 공연 사상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것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안호상 국립극장장, 최광일 한국공연관광협회장 등 공연계 주요 인물들이 모두 모였다. '난타'는 지난 1997년 10월10일 서울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초연한 후 2014년 말까지 한국을 포함한 세계 51개국, 289개 도시에서 3만1,290회의 공연을 하면서 총 1,008만명을 모았다. 웬만한 사람은 다 봤고 안 봤더라도 이름은 알고 있는 공연이지만 처음은 초라했다. 당시는 공연문화가 활발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넌버벌'은 처음 시도되는 장르였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대형 공연장에서 시작했다. '난타'의 제작자인 송승환 PMC프로덕션 회장은 "당장 극장 대관이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유명 배우가 나오는 작품도 아니고. 당시 호암아트홀 대관담당자를 무작정 연습실로 데려와 어떤 작품인지를 보여주며 설득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송 회장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국내외에서의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2000년 정동에 전용극장을 개설했고 이는 공연이 17년 동안 순항하는 계기가 됐다.

◇소비 확대해 질 높은 창작 유도해야=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4년 문화향수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지난해 예술행사 직접 관람률은 71.3%로 2012년 집계보다 1.7%포인트 증가했다. 이 숫자만 보면 그렇게 나쁘지 않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다르다. 분야별 예술행사 관람률을 보면 영화가 65.8%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나마 대중성이 있는 대중음악(14.4%), 연극(12.6%), 뮤지컬(11.5%), 미술전시회(10.6%)가 두자릿수이고 문학행사(6.2%), 전통예술(5.7%), 서양음악(4.9%), 무용(2.4%) 등은 한자리 단위에 그쳤다.

문화예술행사 관람시 큰 애로사항으로 35.5%가 '비용이 많이 든다'로 응답했고 이어 '시간이 좀처럼 나지 않는다(19.1%)' '관련 정보가 부족하다(17.2%)' '관심 있는 프로그램이 없다(10.7%)' 등이었다.

문화예술계에서는 소비자인 국민들이 문화에 보다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넓혀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난타'의 사례는 우리 문화예술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문화예술 창작자들이 만드는 작품이 자유롭게 전시·관람되고 판매되는 유통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춘 스타'로 이미 유명한 송 회장이기 때문에 그나마 '난타'가 선을 보일 수 있었을 것이다. 무명 창작가에는 여전히 힘든 관문이다.

◇투명하고 합리적인 유통 시스템 구축 필요=문화예술계에서는 예술가들의 창작(생산)과 일반인들의 향유(소비)를 이어주는 유통구조로 크게 세 가지를 제시한다. 우선 작품의 유통이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예술작품의 유통경로는 불투명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 미술품이 비자금으로 전용되는 사례가 많은 것도 이러한 불투명성 때문이다. 최근의 국내 영화산업의 비약적인 성장은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시스템 구축을 통해 이뤄졌다. 유통망이 투명하니 투자자금이 모이고 더 많은 영화관과 질 좋은 영화작품이 나올 수 있었다. 예술계에도 '공연예술 통합전산망'과 '미술품거래정보 온라인 제공 시스템' 등의 유통 시스템 구축이 진행되고 있지만 창작자와 판매자와의 이해관계 불일치로 진척이 더디다.

공연장이나 미술관 등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시설도 늘리고 체계화해야 한다. 제작자에게 어느 정도의 자본이 있지 않으면 공연장을 구하기도 어렵고 대관료 또한 부담이다. 특히 지방으로 내려가면 제대로 된 공연장이나 미술관·극장을 찾기가 더욱 힘들다.



결국 소비자인 일반 국민들이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의미다. 여전히 문화예술은 엘리트 계층이 누리는 사치재로 보는 인식이 문화예술의 확산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김혜인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예술 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타개하고 상생구조를 마련하기 위한 해결책이 요구된다"며 "여러 가지 대내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문화 향유, 여가에 대한 인식 확대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유통구조의 합리화와 함께 콘텐츠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의 성공은 대중화와 세계화를 동시에 추구했기 때문이다. 사물놀이라는 전통음악을 누구에게나 익숙한 주방에서의 '칼질' 동작과 융합함으로써 대중성을 확보한 것이다.

◇문화생태계, 국가 인프라로 인식해야=문화예술 활성화의 관건은 건전한 생태계에 있다. 우선은 생산, 즉 창작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창의성과 다양성이 핵심인 문화예술계에서 각자가 자유롭게 최선의 작품을 만들 수 있고 이것을 사회가 기다려주는 것이다.

이어 개개인 일반의 문화소비를 질적·양적으로 늘려야 한다. 소비가 늘어날수록 품질이 우수한, 많은 문화예술작품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생산과 유통·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이끌어낸다.

더 나아가 국가 경제를 성장시킬 문화산업을 키우는 동력이 된다. 문화예술 생태계를 국가적인 인프라로 인식하고 키워야 하는 이유다. 원용기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은 "유통구조를 투명화·합리화해 창작이 투자와 소비로 이어질 수 있는 매개기능을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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