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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정유 1년새 '천당서 지옥으로'

■ 2분기 상장사 10곳 중 4곳 어닝쇼크<br>수요 부진·유가 하락으로 작년 주도주서 적자 반전<br>철강도 경기불황 직격탄… IT외 전업종 기대 못미쳐<br>유럽 최악 위기 지나면 3분기후 점차 개선 전망


2ㆍ4분기 국내 상장사의 실적을 중간 점검한 결과 정보기술(IT)를 제외한 거의 모든 업종이 당초 시장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부진한 성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주도주 지위에까지 올랐던 화학ㆍ정유업종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국제유가 하락으로 상당수 적자를 기록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서울경제신문과 에프앤가이드가 29일까지 2ㆍ4분기 실적을 발표한 42개 대기업들을 분석한 결과 IT 업종 가운데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 등 신규 스마트폰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2ㆍ4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79% 늘어난 6조7,241억원을 기록하며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았다. 특히 삼성전기도 카메라모듈 등 스마트폰 부품 매출이 크게 늘어나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79% 늘어난 1,561억원을 기록, 시장의 예상치를 18%나 웃도는 깜짝 실적을 보였다.

하지만 IT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은 고전을 면하지 못했다. 특히 화학과 정유업종의 부진은 예상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었다. 호남석유는 2ㆍ4분기 실적 발표 전까지만 해도 1,4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32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케이피케미칼 역시 당초 2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67억원의 적자를 냈다. 금호석유도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89.58% 급감한 287억원에 그쳤고 LG화학도 5,03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시장의 예상치(5,229억원)에 미달했다. 화학업종 중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시킨 것은 OCI뿐이었다.

화학업종의 부진은 중국 등 글로벌 수요 부진과 국제유가 하락으로 나프타나 합성섬유 등 주요 제품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정유주 역시 국제유가 급락으로 일제히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S-OIL의 경우 시장에서는 2,951억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1,612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SK이노베이션도 10년 만에 분기 적자로 돌아서며 영업이익 추정치(5,105억원)를 크게 밑돌았다. 지난 4~6월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 가까이 급락하며 정제마진이 악화됐고 재고 관련 손실이 늘어난 것이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철강업종도 글로별 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포스코는 2ㆍ4분기 영업이익 1조649억원을 기록하며 시장의 예상치(1조3,018억원)보다 18%나 못 미쳐 실망감을 안겨줬다. 현대제철은 영업이익 3,321억원으로 예상치(3,167억원)보다는 실적이 좋게 나왔지만 이조차도 철강 업황이 워낙 좋지 않아 증권사들이 잇따라 실적 추정치를 하향조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로벌 철강 업체의 만성적인 공급과잉과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회복 부진이 여전히 실적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자동차업종은 1ㆍ4분기에는 IT와 함께 실적 호전을 이끌었지만 2ㆍ4분기에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현대차와 현대위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부진한 성적을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2ㆍ4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2% 늘어난 2조5,023억원으로 시장의 기대(2조4,404억원)를 충족시켰다. 하지만 1ㆍ4분기에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던 기아차는 2ㆍ4분기에 예상보다 10% 이상 감소한 1조1,206억원에 그쳤다. 자동차 부품업체들도 대부분 실망감을 안겨줬다. 실제로 현대모비스는 지난해보다 3.92% 줄어든 7,05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시장의 기대치(7,782억원)에 못 미쳤고 만도 역시 지난해보다 영업이익이 7.15% 줄어든 770억원을 기록하며 추정치(906억원)을 15% 가까이 밑돌았다. 현대위아만이 지난해보다 54.98% 늘어난 1,32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위안을 주었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는 3ㆍ4분기와 4ㆍ4분기 상장사들의 실적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현재 진행 중인 상장사들의 실적 추정치 하향조정 움직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중국 등의 수요부진으로 철강이나 정유ㆍ화학 등 국내 소재업체들의 실적이 크게 나빠졌다"며 "현재 IT나 자동차 업종은 실적이 괜찮지만 전체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지려면 중국 등의 경기부양책이 나오며 최근 실적이 크게 악화된 소재 등 업종을 중심으로 변화가 나타나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2ㆍ4분기를 바닥으로 3ㆍ4분기 이후 실적은 점차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럽 쪽에서 시장이 우려하는 최악의 상황만 발생하지 않으면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IT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하반기 실적은 상반기보다 좋아질 것"이라며 "적자를 기록한 정유ㆍ화학 등 소재 업종은 하반기 흑자로 돌아서기만 해도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실적 모멘텀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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