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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당겨진 제조물 책임
입력2000-03-06 00:00:00
수정
2000.03.06 00:00:00
지금까지는 제조물의 결함으로 피해를 입었을 경우 소비자가 제조회사의 고의 및 과실을 입증해야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소비자가 제조업체의 과실책임을 입증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제조기술과 과정이 기업비밀사항이어서 접근이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이 주목을 받는 것은 소비자들의 이같은 답답한 현실에 대한 속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한 까닭이다. 고도의 기술집약제품에 대해서는 제조업체가 손해배상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다.이는 소비자의 권리보호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한 판결로 평가할 만하다. 오는 2002년7월부터 시행되는 제조물책임법은 부동산을 제외한 공산품의 결함에 대한 기업의 무과실책임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소비자는 제조물결함에 대한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만 입증해도 기업으로 부터 보상을 받을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제조물 책임법으로 가는 중간단계로 볼 수 있다. 기술집약제품등 일부 제품에 대해서는 업체의 고의 및 과실 입증책임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조물책임법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사전에 기업들의 적응력을 높이는 효과가 클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제조물책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당초보다 9개월간 시행일이 연기된 것은 중소기업에 준비할 여유를 주기 위한 취지였다. 하지만 이런 취지가 무색할 만큼 우리 기업들의 제조물책임법 시행에 대한 준비와 인식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이번 판결은 이같은 안이한 자세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자극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제조물책임법 시행의 파장은 엄청나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조물 결함의 범위가 선진국보다는 다소 좁혀졌다고는 하나 방심하거나 준비를 하지않을 경우 미국처럼 배상책임을 감당치못해 도산하는 기업이 나올 수도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배상책임을 질 때 보상해주는 보험가입율이 1%에도 미치지않고 있다. 남은 기간동안 제품결함을 줄이는 기술력과 품질관리능력을 높이고 단체보험가입 유도 등 대책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제품결함책임에 대한 준비를 소홀히 하면 소비자 주권시대를 헤쳐나갈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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