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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탄핵안통과] 세계 경제 `불확실성'의 그림자

【뉴욕=김인영 특파원】 빌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하원탄핵 의결이 뉴욕 주가와 그린백(달러)에 대한 탄핵으로 이어질 것인가. 뉴욕 월가는 대통령 탄핵이 금융시장에 몰고올 충격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전문가들은 클린턴 탄핵과 이라크 공격 중단이라는 두개의 상황이 동시에 전개됐기 때문에 달러와 뉴욕 주가, 국제 유가가 동시에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걱정하는 것은 불확실성의 미래가 도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백악관과 공화당 사이에 한치의 양보가 없는 대결이 진행되고, 21세기의 가교역을 자부하던 클린턴이 다음 세기가 다가오기도 전에 물러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월가 투자자들 사이에선 클린턴의 탄핵과 함께 있을지도 모를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의 사임,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퇴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 경제의 입장에서 볼 땐 엔화 강세, 유가 하락이라는 유리한 국면이 전개될 수 있으나, 클린턴의 정치적 위기로 미국이 대(對)북한 강경노선으로 치닫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라크 사태 이후 미국내에서 북한을 언급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클린턴 탄핵정국이 금융시장에 가져올 가장 분명한 현상은 미국 달러 약세와 이에 따른 일본 엔화, 독일 마르크화의 강세다. 달러화는 지난주 이라크 공격 시점에 한때 엔화에 대해 1달러당 117엔까지 치솟았으나, 탄핵 표결 하루전인 18일 115엔대로 다시 고개를 숙였다. 국제금융시장의 공식은 국내 정치불안이 그 나라 통화를 약화시킨다는 사실이다. 국제 유동성이 정치적으로 불안한 나라에서 안정된 나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지난 74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 사임때도 금본위제도가 붕괴되면서 달러 약세가 지속됐었다. 외환전문가 레이 달리오씨는 앞으로 몇주내에 1달러당 100엔까지 떨어질 것으로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외환전문가들은 대체로 110~115엔 선에서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달러 약세의 또다른 요인은 유럽 단일통화 창설이 임박했다는 사실이다. 메릴린치 증권이 월가의 펀드매니저 2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중 60%가 유로화의 강세를 예상했다. 뉴욕 금융시장에 달러표시 금융상품에 묻어두었던 국제유동성이 이달 들어 서서히 유럽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경향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게다가 달러 경제권 중에서 남미 최대 경제국가인 브라질 금융시장이 지난주 이후 다시 흔들린 반면, 동아시아 금융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선 사실도 일본 엔화에 대한 달러 약세를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뉴욕 증시는 클린턴 탄핵이 가져올 정치불안과 오는 22일 FRB가 금리인상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 때문에 약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난 8월 한때 7,400대까지 떨어졌던 다우존스 주가가 9,300으로 회복된 것은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덕분이었다. FRB는 지난 9월말 이후 세차례에 걸쳐 금리인하를 단행했고, 이는 러시아 모라토리엄 선언 이후 기력을 잃었던 뉴욕 증시에 주사약과 같은 효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미국 중앙은행이 올해 마지막으로 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FRB의 연속적인 금리인하에 조건반사적으로 움직였던 뉴욕 주가는 다시 불안한 장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미국 대통령 탄핵은 역사적으로 뉴욕 증시 약세를 초래했다. 지난 73년 워터게이트 사건이 시작돼 닉슨 대통령이 사임할 때까지 다우존스 지수는 25% 하락했다. 닉슨 하야 후에도 주가는 떨어져 한때 1,000을 돌파했던 다우 지수는 600까지 떨어졌었다. 유가 하락도 예상된다. 유가는 이라크 사태로 반짝 상승하더니 다음날 다시 떨어지기 시작, 영국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10달러 이하로 하락했다.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에 대한 공격을 진행하는 상황에서도 유가하락이 지속됐기 때문에 공격 중단이 결정된 후 유가의 추가하락이 급속히 진행될 전망이다. 조 록하트 백악관 대변인은 『초보자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시장에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루빈 재무장관은 『장기적으로는 경제적 펀더멘털이 시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국민을 안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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