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이 13일 임시주총을 통해 윤용로 행장 체제를 공식 선포하고 론스타 색깔 벗기에 나섰다. 외환은행은 이날 주총을 통해 이익잉여금 유출의 통로 역할을 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온 분기 배당 제도를 없애고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책무를 강조한 내용을 정관에 삽입하는 등 하나금융그룹의 새 식구로서 달라진 경영 청사진을 제시했다.
특히 윤 행장은 외환은행이 론스타와 하나금융 등 일련의 인수합병(M&A) 과정에서 고객과의 소통에 등한했다고 보고 고객 보은 차원에서 각종 이벤트와 상품 개발을 주문했다.
무엇보다 외환은행의 최대 강점이면서도 많이 무뎌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기업금융과 외환상품의 촉을 되살리고 영업 기반을 확충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공을 들인 모습이 눈에 확 띈다. 관료에서 뱅커(기업은행장)의 얼굴로 성공적으로 변신하며 카멜레온 같은 면모를 보여왔던 윤 행장이 어떤 리더십을 발휘할지 관심이다.
◇분기 배당 폐지, 윤 행장 임기 2년으로 조정=이날 주총에서 의결된 안건을 보면 외환은행이 론스타의 그늘에서 벗어 나기 위해 첫걸음을 내디뎠음을 알 수 있다.
론스타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분기 배당을 폐지하고 6월 말 반기 배당만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기존 정관은 3ㆍ6ㆍ9월 말에 분기 배당을 실시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이익잉여금을 곶감 빼먹듯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 하나금융의 긴급발의를 통해 당초 3년이었던 윤 행장의 임기를 2년으로 줄인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하나금융의 지붕 아래 들어온 만큼 모든 제도를 하나금융이라는 큰 틀에서 미세조정 하겠다는 의지가 구체화된 것으로 3년 임기의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특히 김종준 차기 하나은행장과 같은 2년 임기로 조정, 외환과 하나은행 간의 균형을 맞추려는 의도도 담겼다는 분석이다.
이날 주총에서는 윤 행장과 함께 장명기 외환은행 대기업사업그룹장이 사내이사로, 권영준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 김주성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방영민 전 서울보증보험 사장, 천진석 전 하나증권 대표, 한기정 서울대 법과대 부학장,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교수, 라비 쿠마르 전 KAIST 경영대학장 등 7명이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외환은행 명성 되찾겠다"…영업력 강화 나서=이달부터 외환은행의 모습은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금리 우대, 수수료 감면, 포인트 및 경품 지급 등의 이벤트가 크게 늘었고 의ㆍ약사 전용카드가 출시되는 등 영업 기반을 넓히려는 시도가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윤 행장이 일회성이 아닌 상시적인 이벤트와 신상품 출시로 고객을 잡아야 한다고 누차 강조한 결과"라며 "고객 피드백을 통해 반응이 좋은 것들은 히트 상품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윤 행장은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기업을 겨냥한 상품을 만들 것을 특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일선 지점장이나 영업 직원들에게 현장에서 기업들의 고충을 듣고 상품 기획에 반영하라는 주문도 내렸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환은행의 적극적인 영업강화 움직임에는 향후 5년 동안 독립경영을 통해 외환은행의 브랜드가치를 올려둬야 한다는 판단이 녹아 있다"며 "하나은행과의 경쟁체제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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