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의 '무제한 금융완화' 요구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18일 아사히신문은 일본은행이 아베 총재의 요구대로 인플레이션 목표를 1%에서 2%로 상향하는 방향으로 정부와의 정책협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재는 이날 오후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 총재와의 회담에서 자민당의 정책공약인 물가목표 2%와 관련해 정부와 일본은행 간 정책협정을 맺겠다는 의향을 전달했다.
일본은행은 19∼20일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논의를 시작한 뒤 이르면 내년 1월 정부와의 정책협정을 결정할 방침이다. 아베 총재도 오는 26일 새 내각 출범과 동시에 재무상 등 관계각료에게 2% 인플레이션 목표와 관련해 일본은행과의 정책협정 체결을 지시할 방침이다.
일본은행은 자민당이 지난 16일 중위원(하원) 총선에서 압승하자 기존의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이다. 그동안 일본은행은 자민당의 공격적 인플레이션 정책에 강력히 반발해왔다. 지금도 정책금리가 '제로'이고 돈을 지속적으로 풀어온데다 통화정책만으로는 디플레이션 극복이 어렵다는 항변이었다.
하지만 일본은행이 아베의 압박에 굴복하면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해쳐 정부의 방만한 재정운용을 부추기고 결국 일본의 국가신뢰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비판도 거세게 일고 있다. 일본은행이 돈 찍는 기계가 돼 정부에서 발행하는 국채를 소화하는 기관으로 전락할 경우 투자자들이 일본 국채를 외면하고 금리가 급등하면서 일본이 그리스처럼 재정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일본은행의 독립성을 보장한 '신일본은행법'이 1988년 시행된 후 금융정책의 목표와 방식을 일본은행이 결정하도록 해왔다. 디플레이션이 장기화하자 1990년대 후반부터 물가목표를 정한 정책협정을 맺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일본은행은 이를 거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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