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예측치 정치적으로 조작'

이동걸 금융연구원장이 29일 이임사를 통해 “성장률 예측치가 정치적으로 조작됐으며 정부가 추진 중인 금산분리 완화 법안 등은 재벌 등 특정 집단에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면서도 경제 살리기 및 금융개혁 법안으로 포장된 극히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 원장은 이날 금융연구원 홈페이지에 올린 이임사에서 “정부 정책을 앞장서서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는 연구원이나 연구원장은 현 정부 입장에서 아마 제거돼야 할 존재인 것 같다”며 “경제성장률 예측치마저 정치 변수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금산분리 완화와 금융지주회사법 등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것처럼 밀어붙이고 있는데 실상은 은행을 재벌에 넘겨주려는 법안”이라고 성토했다. 그동안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 원장의 갑작스러운 사의표명이 정부 정책과의 갈등에서 나왔다는 추측이 많았는데 이 원장은 이임사를 통해 이를 시인했다. 그는 “연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한갓 쓸데없는 사치품 정도로 생각하는 왜곡된 실용 정신, 그런 거대한 공권력 앞에서 이제는 제가 도움이 되기보다는 짐이 돼가고 있다는 생각에 연구원을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현 정부가) 연구원을 정부의 싱크탱크(두뇌)가 아니라 마우스탱크(입) 정도로 생각했다”며 “정책 실패의 원인을 정책 오류에서 찾기 보다는 홍보와 IR에서 찾았다”고 강하게 정부를 비난했다. 그는 최근 경제위기 상황과 관련해서도 “정부의 거듭된 오판과 실정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우리의 경제위기로 키우고 있다”며 “위기상황에 대한 판단마저 정책적으로 왜곡되고 수시로 번복돼 정책대응에도 실기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후임으로 올 금융연구원장이 누가 될지 궁금하다며 연구원에게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달라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그는 또 “정부가 법에 규정된 원장의 임기를 부정하고 있다”며 정부가 사퇴압박을 가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