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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돈 풍년속 中企·서민은 가뭄… 은행 자금펌프 기능 상실

■ 신종 돈맥경화 우려… 돈 어디로 몰리나 <br>경기전망 불확실성에 정기예금으로 자금 이동<br>4대 은행 잔액 266兆… MMDA예치액도 증가세


은행에 돈이 넘쳐나는데도 불구하고 시중에 자금이 마르는 ‘신(新)돈맥경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금융위기 직후의 돈맥경화가 은행 자금경색으로 시중에 돈을 돌리지 않는 모양새였다면 최근에는 은행이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돈을 빨아들이고 있음에도 이 자금을 산업 현장과 서민 가계로 공급하지 못하는 증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이 파이프를 통해 끌어들인 물(자금)을 순환시키지 못하는 고장난 펌프로 전락한 셈이다. ◇은행에 돈 몰리는 이유는=시중 자금이 은행 예금 등으로 이동하는 것은 경기전망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각종 경제지표는 올 2ㆍ4분기 이후 지속적으로 호전되고 있지만 고용지표는 아직 개선되지 않고 있고 체감경기 역시 확연히 풀리지 않자 기업은 물론 가계의 쌈짓돈도 일단 안전한 투자처를 찾아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은행의 대표적 단기통장인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을 들여다 보면 이 같은 심리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MMDA 법인 예치잔액은 지난해 9월 45조원대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해 올 7월에는 36조원대까지 떨어졌다가 이달 들어 급격히 반등해 지난 26일 현재 45조원선을 1년여 만에 회복했다. MMDA의 개인 예치잔액(4대 은행 기준)은 금융위기 이후 더욱 증가세를 타 지난해 9월 8조원 수준에서 이달 26일에는 11조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이 같은 단기성 예금 상품은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때문에 법인이든 개인이든 1년 이상 자금을 굴리기에는 마땅치 않게 여겼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1~2%포인트가량 높은 금리를 주는 정기예금을 찾는 수요도 최근 부쩍 늘고 있다. 4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올 3월 말 251조원에서 6월 말 259조원을 기록한 후에도 꾸준히 올라 이달 26일 266조원대를 나타낸 것도 이 같은 수요 때문이다. ◇은행권 넘치는 돈 주체 못해=이처럼 은행권은 ‘돈 풍년’이지만 표정은 밝지 않다. 예금이 많아지면 그만큼 은행이 예금주에게 지불해야 할 이자부담은 느는데 이 예금을 굴려 은행이 돈을 벌기는 쉽지 않아서다. 대기업이나 우량 중견기업들은 세계경기가 아직 불안하기 때문에 설비투자나 고용ㆍ마케팅을 자제하고 있어 은행이 돈을 빌려주겠다고 문을 두드려도 거절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마당에 정부는 중소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부실대출 비중을 줄이라고 몰아붙이니 은행은 중소 상공인을 상대로 대출 장사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가계대출 역시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해 은행들은 눈치만 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작 돈이 필요한 중소기업과 집이 없는 서민들은 은행의 돈 냄새를 맡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또 이미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유주택자들의 경우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상승 등의 여파로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담보대출 규제까지 받게 돼 돈이 마르기는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은행에 묶인 시중 자금이 가계와 산업계에 적절히 순환될 수 있도록 정부가 은행에 대한 감독 방향을 다시 짜고 기업투자를 독려하기 위한 규제완화와 재정지원 등을 확대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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