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하는 글로벌 기업의 공통분모는 탁월한 품질 및 서비스, 혁신과 변화, 그리고 고객과의 끈끈한 신뢰관계다. 이 세 가지 축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무너지면 기업은 잠깐 빛을 발할 수는 있어도 영속을 보장 받을 수 없다. 서로 연계된 이들 가치를 핵심 경영기조로 삼아 오늘날 승승장구하는 기업, 한때 성공가도를 달리다 이들 가치 가운데 하나 이상을 놓쳐 쇠락하고 있는 업체 등 무수한 사례들이 이를 입증해준다.
이 같은 측면에서 독일에 본사를 둔 지멘스는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지난 1847년 설립돼 166년 동안 성장해온 지멘스의 고성장 비결은 경쟁사가 쉽사리 따라올 수 없는 기술력 및 품질확보와 미래예측이다. 지멘스는 변화를 예측하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서비스와 제품을 정확히 파악해 그 분야에 사업역량을 집중했다. 지멘스는 현재 인더스트리ㆍ인프라&도시ㆍ에너지ㆍ헬스케어 분야에서 최첨단 제품과 솔루션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802년 창립돼 2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듀폰의 성공비결 역시 혁신이다. 미국의 종합화학회사 듀폰은 본업인 섬유 부문을 매각하고 농업과 바이오연료 분야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과 기술 포트폴리오를 바꿔나간 것이다. 듀폰은 현재 바이오 관련 사업 매출이 전체 매출의 약 43%에 달하는 바이오기술 기반의 회사로 거듭났다. 듀폰의 성장의 배경에 고품질과 뛰어난 기술력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1865년 설립된 핀란드 휴대폰 제조업체 노키아는 혁신과 변화에 실패한 예다. 노키아는 한때 휴대폰 업계의 절대강자로 군림했다. 유럽이나 미국 등지의 레스토랑에서 노키아 고유의 휴대폰 벨소리가 울리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본인에게 전화가 온 줄로 착각, 주머니나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볼 정도로 시장 점유율이 높았다. 오죽하면 노키아가 핀란드 전체를 먹여 살린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대응'이라는 변화와 혁신에 성공하지 못하면서 시장의 선두 자리를 삼성ㆍ애플 등에 내주고 말았다.
일본 도요타는 고객과의 신뢰관계 때문에 웃고 울었다. 1937년 세워져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로 성장한 도요타는 한때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품질의 대명사로 일컬어졌다. '좀처럼 고장이 나지 않는 차'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도요타는 중고차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를 기반으로 도요타가 선보인 신기술, 생산성 혁신 등도 업계의 주목을 크게 받았다. 하지만 2009년 대규모 리콜사태 등이 발생하면서 도요타는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었고 실적이 적자로 돌아서기도 했다. 도요타는 품질관리, 고객과의 신뢰회복 등에 만전을 기하면서 현재 100년 기업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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