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조 본부장은 휴대폰 사업을 글로벌 선두 브랜드로 재도약 시키라는 구 회장의 특명을 받고 지휘봉을 넘겨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종석 사장의 건강문제로 후임을 고심하던 구본준 LG전자 부회장도 조 본부장을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본부장은 현업을 떠나 오랜 기간 그룹의 전략과 기획을 담당했다. 그러나 지난 2004년부터 4년간 MC사업본부 북미법인장으로 일할 때 LG전자의 휴대폰 돌풍을 주도하는 등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번에 휴대폰 사업 수장으로 복귀하면서 모바일사업과 관련한 ‘성공 전략 새 판 짜기’의 특명을 맡게 됐다.
LG전자의 휴대폰 사업은 사면초가 상황이다. 지난 3분기 ‘G3 효과’로 매출 4조2,470억원을 기록해 5년 만에 4조원대를 회복했고, 판매량도 2,000만대를 넘겼지만 주변 여건은 여전히 쉽지 않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애플의 절대 강자가 앞에서 버티고 있고, 중국 제조사들이 뒤에서 치고 올라오면서 자칫 속도를 늦추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LG는 5위권 밖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휴대폰 수장이 된 조 사장에게 주어진 과제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흔들리는 리더십 세우기다. 전임 박종석 MC사업본부장이 격무로 인한 건강악화로 지난 5월부터 병원을 다니면서 사업본부를 제대로 챙기기 힘들었다. 둘째는 글로벌 브랜드로 재도약하기 위한 ‘브랜드 위상 강화’다. LG전자는 프리미엄과 중저가 시장을 동시에 공략해 수익성과 성장성을 확보하는 ‘투 트랙’ 전략을 내세웠다. 조 본부장이 기존 전략에 어떤 변화를 주문할지 관심이다. 셋째는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경쟁력 강화’ 방안이다. 최근 구 회장은 “지금이 LG전자 모바일 사업의 중차대한 전환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LG전자를 포함한 모든 제조사들이 제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 본부장이 추가로 어떤 뾰족한 전략을 내놓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한편 조 본부장이 휴대폰 사업 총괄 임무를 맡게 된 것은 차기 CEO로 도약하기 위한 시험대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 본부장은 내년 이후로 예상되는 그룹의 후계구도 개편에 있어 오너 일가를 보좌할 주요 참모진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룹 내에서는 ‘포스트 강유식’으로 분류되는 등 지배구조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강유식 LG경영개발원 부회장은 외환위기 시절부터 구 회장을 보좌하면서 그룹 업무 전반을 챙겼다. 조 본부장도 오너 일가가 신임하는 차세대 주자 가운데 가장 앞선 인물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조 사장의 인사가 겉만 보면 좌천이지만, 속을 보면 LG전자를 이끌 차세대 CEO로써 경험을 쌓으라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며 “향후 LG그룹의 지배구조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조 사장이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LG전자 CEO로 우뚝 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