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종합부동산세의 세대별 합산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세금절약을 위한 부부 간 증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증여가 오히려 절세 측면에서는 손해가 될 수도 있다. 세무 전문가들에 따르면 증여 당시 부담하는 세액이 만만치 않았다. 때문에 증여 이후 최소 5년 이상 장기보유가 아니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증여할 때 납부세금 만만치 않다=부부 간 증여시 10년간 6억원까지는 증여세를 물지 않는다. 즉 10억원의 주택을 아내에게 50% 넘겨줬을 때 과거 10년간 총 증여금액이 6억원을 넘지 않으면 증여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증여단계에서 4%의 취득ㆍ등록세(농특세 포함)가 부과된다. 10억원짜리 주택을 5억원에 팔면 5억원에 대한 4%, 즉 2,000만원을 취득ㆍ등록세로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다. 10억원ㆍ12억원ㆍ15억원ㆍ20억원 등 4단계로 나눠 종부세와 아내에게 50% 증여시 부담할 세금(증여세와 취득ㆍ등록세)을 비교해보면 증여단계에서의 세금이 종부세보다 훨씬 많음을 알 수 있다. 10억원 주택은 현 종부세 기준으로 연 312만원을 납부하나 증여 단계에서는 2,000만원의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12억원 주택도 아내에게 50% 증여시 6억원이 되기 때문에 증여세는 물지 않는다. 하지만 취득ㆍ등록세로 6억원의 4%인 2,400만원을 내야 한다. 12억원 주택의 연간 종부세는 810만원이다. 아내에게 증여하면 6억원까지는 세금이 면제 되지만 취득ㆍ등록세는 증여 받은 금액의 4%가 책정돼 적잖은 세 부담을 안게 된다. ◇증여 이후 5년 이상 장기보유시 종부세ㆍ양도세 모두 이익=손대원 T&A세무회계사무소 세무사는 “증여 이후 5년 이상 장기보유한다면 증여를 고려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이유는 종부세 절감효과 외에 증여 받은 아내가 5년 이상 장기 보유한 뒤 주택을 팔면 취득시점이 증여시점이 되기 때문. 예를 들어 남편이 오래 전 1억원에 산 주택 값이 올라 10억원인 시점에서 아내에게 절반인 5억원가량을 증여했다고 하자. 증여 이후 아내가 5년 보유한 뒤 부동산을 팔아 양도소득세를 산정할 때 취득가액은 1억원 아닌 5억원(증여시점 당시 가격)이 된다. 고가주택 등 양도세 과세 대상이 된다면 부부 간 증여로 양도세를 거의 두 배 가까이 줄일 수 있다. 특히 10억원 초과 20억원 이하 주택은 훨씬 유리하다. 이들 주택은 증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5년간 납부할 종부세가 매우 많아 증여 당시 세금을 상쇄하고도 남기 때문이다. 현재 기준으로 12억원 주택의 종부세는 연 810만원으로 5년간 총 4,050만원을 납부한다. 이에 비해 12억원 주택을 아내에게 50% 증여할 때 부담하는 세금은 2,400만원으로 5년만 되면 종부세를 상쇄할 수 있는데다 양도세 산정 때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15억원 주택도 증여 이후 보유기간이 5년만 되면 이와 다르지 않다. 반면 20억원 주택의 경우 증여세 부담이 1억300만원으로 만만치 않다. 20억원에 해당하는 종부세(연 1,452만원)를 줄이기 위해 증여를 택할 경우 10년가량 보유하는 문제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는 게 세법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단 정부의 종부세 개편방향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개편방향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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