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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금융위원장 내정자는 17일 인선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유독 '시장의 자율'을 강조했다. 금융당국이 과도하게 간섭, 시장 참여자들의 피로를 키우고 있으며 '일탈 행위'만 아니라면 시장의 판단을 준용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이는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자리하면서 느낀 감정 그대로였다. 그의 한 측근은 "세세한 상품부터 건전성(대손충당금 적립), 인사 등 모든 측면에서 당국이 개입하는 것에 임 내정자가 불편해했다"고 전했다.
임 내정자는 이날 "시장질서 확립은 금융당국 본연의 임무"라면서도 "금융당국 기능을 코치의 기능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금융당국은 선수들이 공정한 룰에 따라서 마음껏 뛸 수 있도록 경기를 주도하는 심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간 금융사 수장으로 현장에서 느꼈던 금융정책의 부족한 부분을 금융위원장으로서 적극 바꿔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임 내정자는 "실제 금융 현장에 오니 스스로 수익력 확보, 건전성 관리를 위해 금융사들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음을 알았다"며 "금융당국도 금융사의 역량을 신뢰하고 그 틀에 맞춰 규제행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규제정책의 방향 선회 의지도 제시했다.
임 내정자는 "단순히 규제완화가 아니라 틀 자체를 자율과 경쟁으로 바꾸는 접근을 시도하겠다"며 "다만 경쟁이 과열되면 시장질서가 어지러워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의 규제가 빛을 발하려면) 금융위와 금융사들이 현장에서 혼연일체가 돼야 한다"며 "이런 방향에서 구체적이고 집행 가능한 정책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3일 열렸던 범금융인 대토론회에서도 "개인정보·금산분리·금융실명제 등은 금융위가 혼자서 풀 문제가 아니다"라며 "금융사들은 수익을 내려고 애를 쓰고 금융당국이 노력하지 않아도 건전해지려는 노력을 스스로 하는 만큼 건전성 규제는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과도한 건전성 규제나 구두 지도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면서 "규제완화를 절대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이른바 '절절포' 발언으로 참석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하고 농협금융지주 회장직을 떠나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농협금융그룹은 임 내정자의 진두지휘 아래 지난 2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어왔다. 우리투자증권 인수 △자산운용경쟁력 강화 △지주운영의 시스템화 등은 임 내정자의 치적으로 꼽힌다.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을 금융위원장으로 낙점한 것에 대해서는 "금융개혁을 완수하라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금융개혁을 차질 없이 이행해 창조경제를 지원하는 등 금융산업이 우리나라의 핵심적인 성장동력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임 내정자는 온화하고 소탈한 성품의 소유자로 정평이 나 있다. 이를 감안할 때 금융당국 주도의 일방통행적 정책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 회장에 취임한 후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농협금융지주 말단직원의 이름까지 모두 외워 직원들을 감동시킨 일화는 유명하다. 임 내정자는 주말에는 절대 관용차를 이용하지 않고 주말 결혼식은 지하철로 다닐 정도로 낮은 자세가 몸에 배어 있다. 그만큼 탈권위적이다.
지점 방문 시에는 오지점포부터 찾았고 심지어 강원도 산간에 있는 단위조합을 찾아 직원들 앞에서 직접 지주운영 방안에 대한 프레젠테이션까지 했을 정도다. 지주 수장의 탈권위는 보수적인 농협 금융맨들을 변화시키는 자극제가 됐다. 농협금융 내에서는 "NH의 최대 리스크는 임 회장의 교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지난 2009년 11월 청와대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회의 도중에 '병상에 계신 아버님이 위독하다'는 전갈을 받았으나 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다가 부친의 임종을 놓친 일은 유명한 일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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