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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용 비행장치 '제트팩' 내년에 나온다

150m 상공서 최대 30분간 날아 원하는 곳에 착륙<br>무게 113㎏에 체공시간 길고 제어성능도 뛰어나<br>뉴질랜드 항공업체 10만弗짜리 제품 상용화 눈앞<br>"경량 헬리콥터 이상 안전성 확보·훈련교본 마련"

제트팩은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장소로 신속히 날아갈 수 있고 이착륙을 위한 긴 활주로나 골치 아픈 비행면허 획득도 필요 없어 궁극의 개인이동수단이다.


덕트 내부에 지면과 직각으로 부착된 받침대는 공기가 회오리를 일으키며 요동치지 않고 곧바로 뿜어져나오도록 한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12월호 www.popsci.co.kr 라이트 형제는 하늘을 날고자 하는 인간의 오랜 꿈을 실현시켰다. 하지만 아직도 인간의 가슴속에는 항공기로 충족되지 않은 무언가가 남아 있다. 슈퍼맨ㆍ아이언맨처럼 내 몸으로 직접 하늘을 날고 싶다는 욕망이 바로 그것. 이처럼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가능했던 신체비행의 꿈이 곧 현실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뉴질랜드의 한 항공기업이 아이언맨의 비행갑옷 같은 역할을 하는 개인용 비행장치 제트팩(jetpack)을 개발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내년 중 150m 상공에서 30분간 비행할 수 있는 모델을 10만달러에 출시할 계획이다. 지난 7월29일 미국 위스콘신주 오슈코시. 수백명의 사람들이 한곳을 둘러싸고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다. 이들의 중앙에는 대형 아이스크림 냉장고 크기의 물체 하나가 흰색 천에 싸인 채 누군가에 의해 베일이 벗겨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언뜻 새로 준공한 빌딩의 기념비 제막식이라도 열리는 것 같지만 사실 이곳은 미국 실험항공기협회(EAA)가 매년 개최하는 에어벤처쇼 행사장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혁신적인 비행체들이 각축을 벌이는 이곳에서 관람객들의 발길은 붙잡은 주인공은 바로 뉴질랜드의 마틴에어크래프트사가 개발한 개인용 비행장치 '마틴 제트팩(Martin Jetpack)'이다. 개인교통시스템의 혁명 제트팩은 배낭처럼 등에 메고 하늘을 날 수 있는 일종의 개인용 비행장치다. 우주비행사들이 우주공간에서 사용하는 우주유영장치(MMU)의 지구형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제트팩은 1928년 '어메이징 스토리스'라는 미국 만화에 처음 등장한 이래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능가하는 꿈의 교통수단으로 떠오르며 전세계 발명가들의 개발 욕구를 자극해왔다.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장소로 신속히 날아갈 수 있고 이착륙을 위한 긴 활주로나 골치 아픈 비행면허 획득도 필요 없어 궁극의 개인이동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난 수십년간 많은 발명가들이 막대한 자금과 시간을 투자해 제트팩 개발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기존 모델들은 상용화를 꿈꾸기에 치명적인 한계가 있었다. 작은 동체에서 큰 출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탓에 연료 탑재량 대비 소비량이 너무 많아 이동수단으로 쓰기에는 비행시간이 너무 짧았던 것. 실제 1953년 제트팩의 모태인 미국 벨에어로시스템의 '로켓 벨트'가 개발된 후 지금까지 제트팩의 최장 체공시간은 단 33초에 불과했다. 그나마 일정 수준의 안정성과 이동성을 확보한 모델은 20여초가 기술적 마지노선이었다. 마틴 제트팩이 단 한번의 시험비행으로 전문가들에게서 '현존하는 가장 진보된 제트팩' '세계 최초의 실용적 제트팩'이라는 찬사를 받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시 마틴 제트팩은 한번의 실수나 기체의 요동도 없이 부드럽게 이륙해 지상 90㎝ 상공에서 46초 동안 제자리 정지비행에 성공한 것. 기존 제트팩처럼 굉음과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하늘로 치솟았다가 곧바로 착륙할 것으로 예상했던 관객들 대부분은 이 안정적 제어성능과 긴 체공시간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제트엔진 없는 제트팩 전장 1.5m, 전고 1.6m, 전폭 1.5m, 중량 113㎏의 마틴 제트팩은 MMU를 닮은 일반적 제트팩과 다른 독특한 디자인을 하고 있다. 외형이 마치 1인용 여객기와 유사하다. 추력은 자체 개발한 200마력의 2리터급 2행정 V4엔진으로 2개의 원형 덕트 안에 들어 있는 직경 50㎝의 로터를 회전시켜서 얻는다. 이에 따라 최대 113㎏의 조종사를 태우고 이륙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마틴 제트팩의 최대 강점은 탁월한 안정성과 체공시간. 마틴에어크래프트사 사장이자 마틴 제트팩의 개발자인 글렌 마틴은 이를 구현하기 위해 무려 27년을 자신의 집 차고에서 연구개발에 매달렸다. 그의 1차 목표는 적은 연료로 강력한 추력을 발생시키는 엔진의 개발이었다. 이를 위해 그는 여객기에 쓰이는 터보팬엔진을 연구했고, 결국 기발한 해법을 찾아냈다. 제트엔진의 제거가 바로 그것. 마틴 사장은 "터보팬엔진은 대다수 추력을 덕트 내에서 회전하는 로터에서 얻고 이 로터에 동력을 제공하는 터보제트엔진에서 나머지를 보충 받는다"며 "이를 감안할 때 로터의 효율만 충분하다면 다량의 연료를 소비하는 제트엔진을 아예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마틴 제트팩에 채용된 고효율의 덕트와 로터는 '제트엔진 없는 제트팩'이라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10년여의 끈질긴 연구 끝에 완성됐다. 하지만 로터를 개발한 후에도 마틴 제트팩은 단 1㎝도 뜨지 못했다. 로터의 능력으로 커버하기에는 기체의 무게가 너무 무거웠던 것. 체중 감량 프로젝트 이에 마틴 사장은 곧바로 마틴 제트팩의 체중감량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집 인근에 위치한 캔터베리대학의 엔지니어들과 복합소재 전문기업 다이내믹컴포지트사 등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불필요한 모든 부품을 떼어냈고 엔진을 포함한 핵심 장치들의 부속물을 줄여나갔다. 각 부품의 소재도 금속 대신 고경량 탄소섬유 등의 복합소재로 대체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마틴 사장은 11㎏에 달하는 기어박스 3개를 제거하고자 했다. 문제는 이 기어박스가 양쪽의 로터가 서로 반대방향으로 회전하게 해주는 핵심 부품이라는 것. 만일 이것이 없다면 로터가 동일한 방향으로 돌면서 강력한 우력(偶力)이 발생, 제트팩 전체가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덕트 내부에 로터를 지지하는 별도의 판형 받침대를 제작, 지면과 직각으로 부착했다. 분출되는 공기가 회오리를 일으키며 요동치지 않고 곧바로 뿜어져나오도록 유도한 것이다. 마틴 사장은 "로터의 추력, 공기의 흐름 등 복잡한 조건에 완벽히 부합하는 받침대를 설계하기 위해 엄청난 항공 역학적 지식이 필요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며 "받침대에 의해 공기의 분출방향이 직진화되면서 로터의 우력을 상쇄시킬 만한 반(反)우력이 생성, 안정적 정지비행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연비와 중량ㆍ안정성을 확보한 마틴 제트팩은 이후 급속한 성능 향상이 이뤄졌다. 1997년 제7호 프로토타입 모델이 최초의 이륙에 성공했고 이듬해에는 체공시간을 26초로 늘렸다. 그리고 2005년 개발된 제9호 모델은 단순한 이착륙과 선회비행을 넘어 지상 1m 상공에서 완벽한 자세를 유지하며 8자 비행까지 해냈다. 상용화의 마지막 관문 성공적인 데뷔 무대를 마친 마틴 사장의 최종 목표는 내년 중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상용 마틴 제트팩을 출시하는 것이다. 그는 상용 모델이 단 19리터의 연료로 지상 150m 상공에서 30분간 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당 가격은 10만달러로 책정한 상태. 그런데 90㎝ 높이에서 46초간 정지 비행하는 데 그친 마틴 제트팩이 1년 안에 이 정도의 성능을 갖추는 게 가능할까. 마틴 사장은 강한 자신감을 표명한다. 에어벤처쇼에서 보여준 것은 마틴 제트팩이 현재 지닌 성능의 최대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마틴 제트팩의 이론상 최대 성능을 밝힐 수는 없지만 1.8m 이하의 높이에서 100시간 이상 시험비행을 하기 전에는 그 어떤 위험도 감수하지 않을 것"이라며 "2009년 이내에 상용제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전성과 관련한 우려에 대해서도 "모든 비행체에는 그에 상응하는 위험이 존재한다"며 "마틴 제트팩은 롤케이지형 조종석, 자동회전장치, 로터 내 이물질 유입방지장치 등 다양한 안전장치들로 경량 헬리콥터 이상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자신감에 힘입어 현재 마틴에어크래프트에는 마틴 제트팩의 구매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마틴 사장은 "상용화에 맞춰 이미 헬리콥터와 해리어 전투기의 교본을 참조해 2주 일정의 훈련교본까지 만들어놓았다"며 "최초 구매자 10명은 특별히 뉴질랜드 본사에서 교육을 받은 뒤 마틴 제트팩을 갖고 귀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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