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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江건너 山저편 '원시자연의 삶'이…

새벽 강은 고요하다. 태양이 높이 솟아 만물을 일상의 바쁜 리듬 속으로 불러 들이기 전까지는. 숲속에 깃을 내린 이름모를 작은 새들이 날개짓을하며 하늘로 날아 오르기 시작하면 사람들도 또 다른 삶에 채찍질한다. 코끼리 타기로 유명한 태국의 치앙마이를 지나 북동쪽으로 3시간 거리에 있는 치앙라이까지는 산세가 우리나라와 비슷해 마치 국내 어느 산골에 온 듯한 포근한 느낌을 받았다. 메카잔(Mekacan)이라는 온천에 들러 갓 구워낸 달걀을 하나씩 먹고 나니 어느새 태국 북부의 거점 도시 치앙라이에 도 착한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도시 여기저기를 감싸고 흐르는 꼭(kok)강. 열대지역 대부분의 강들처럼 느릿느릿 꾸불꾸불 뱀 모양으로 도시를 감싸고 흐른다. 인구 15만의 치앙라이는 14세기 란나(LANRA) 왕국의 탄생지로 지금도 초대 왕 맹글라이 장군의 동상이 도시 한가운데 위엄 있게 서 있다. 근세 초기미얀마ㆍ영국의 침입을 받기도 했던 란나는 19세기말 결혼을 통해 타이 왕 국과 합병한 것이다. 일행은 강을 타고 오르기로 했다. 4인승 작은 카누형의 배에 단 전동기가요란한 소음을 내자 쏜 살처럼 물살을 가른다. 1시간쯤 지나자 50여 호가모여 있는 카렌(Karen)족 마을에 도착한다. 산속 트레킹의 시발점이 이곳이다. 이들이야 문명과 타협을 선택한 셈. 그러나 여기서 코끼리를 타고 3시간을 더 올라가면 더욱 자신만의 삶을 고수하는 또 다른 부족을 만날 수 있다. 태국 북부 산악지역과 접경인 라오스, 미얀마 등에 흩어져 사는 고산족들은 모두 6개 부족에 약 30여만명. 대부분이 200여년 전부터 중국과 미얀마 로부터 왔다. 일정상 차를 몰고 또 다른 고산족을 찾는다. 화전으로 벌겋게 거죽을 벗겨 낸 산록을 지나니 300여명이 사는 아카(Akha)족 마을이 나온다. 최근에 미얀마에서 축출됐으나 원래는 중국 운남성 출신이라 한다. 옛날엔 아편을 재배했으나 지금은 차, 벼, 옥수수, 콩을 키운다. 바닥에서 한층 띄워 갈대와 대나무로 지은 초막은 이들의 전통 가옥이다. 주변의 수많은 꽃들도 그냥 ‘덩마이’라 부른다. 워낙 가난하다 보니 사진 찍는데 모델 서주고 손을 내미는 주민들의 모습이 오히려 애처롭다. 인 근에 사는 아유(Ayu)족 마을은 자동차ㆍ오토바이가 있는 만큼 마을 안의 공기도 다소 여유가 있다. 고산족들은 부족마다 차이는 있지만 모두 80년대까지의 정치적 격변기를 살아왔다. 서구 열강의 침입을 차치하더라도 50ㆍ60년대 중국 공산당과 국 민당간의 싸움이 이곳에 까지 밀려왔고, 지난 70ㆍ80년대는 ‘마약왕’ 쿤 샤의 위력이 이 일대에 미쳤다. 중국계 미얀마인인 쿤샤는 한 때 태국 북부와 라오스, 미얀마 일부지역을장악하고 ‘골든 트라이앵글(Golden Triangle)’을 무대로 활발한 아편거래를 하며 이 지역의 독립을 요구했었다. 지금은 미얀마 정부와 타협해 합 법적인 버스 사업을 하며 만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콩강과 메사이 강이 합수하는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은 이제 아편박물관이 들어서고 리조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관광지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 지역의 변모와 관련해서는 ‘도이 뚱(Doi TungㆍMountain Flag)’ 프로 젝트를 정력적으로 추진했던 현 국왕의 어머니 쓰리나 가린드라(Srinagarindra)를 잊을 수 없다. 그녀는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이 운동 을 통해 이 지역의 녹화사업과 아편추방 운동, 주민들의 재활 사업을 애정 을 갖고 추진해 왔다. 그녀가 생전에 유럽풍으로 조성한 별장과 식물원은황량한 이 지역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 지를 주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열망을 그대로 드러낸다. 현지인 가이드는 “이 지역은 아직 관광 인프라가 부족해 신혼 여행지 보다는 적극적인 도전정신이 앞서는 대학생들의 트레킹 코스로 더 유명하다”며 “고산족들에게도 정부가 다양한 교육ㆍ의료ㆍ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앞으로 생활수준이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행 문의 태국관광청 (02)779-5417~8, 대일여행사(02-757-0021) / 치앙라이(태국)=강동호기자eastern@sed.co.kr <저작권자ⓒ 한국i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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