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세계 시장을 호령하던 일본 기업들이 한국 기업의 약진으로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자국 휴대전화 시장에서는 한국 업체에게 안방 자리를 내주고 있고 자동차등 주력 업종마저 한국 등 경쟁 국가들에게 추격을 허용하는 등 예전의 명성이 곤두박질 치고 있다." 3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본이 한국의 솜씨에 아파한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각 분야의 일본 기업들이 역동성을 잃고 있다며 한국 기업의 일본 내 도약을 이같이 전했다. 한국경제를 그 동안 부정적으로 묘사해왔던 FT로선 이례적 호평이다. FT는 일본에서의 갤럭시S 열풍이 흔들리는 일본 업체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하면서 삼성 스마트폰이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는 사실을 자세히 소개했다. 갤럭시 S가 '예상치 못한' 돌풍을 일으키자 일본 언론들은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일본 기업이 한국 업체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를 분석하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고 FT는 전했다. . 신문은 "이러한 현상은 비단 일본 국내 시장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고 일본 기업들은 해외 시장에서도 설 땅을 잃고 있다"며 프랑스계 투자사인 CLSA의 자료를 인용, 지난 10년간 일본의 첨단기술 업계가 경쟁국가인 한국과 대만에 기존 시장 점유율의 3분의 1을 내준 사례를 들었다. 실제로 미국 시장에서 도요타의 소형 자동차 캠리 판매량은 지난 1년간 17% 감소한 반면 현대자동차 소나타 수요량은 2배 이상 증가했다. FT는 "현대자동차를 벤치마크로 삼고 있다"는 도요타의 한 고위 간부의 발언을 인용하기로 했다. 일본기업의 추락은 대내외적 요인들이 복잡하게 작용한 결과다. FT에 따르면 현재 한국과 대만 업체들이 일본기업들이 1960년대에서 80년대에 단행했던 기업 혁신 등 정교화 작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면서 일본업체를 바짝 따라잡고 있다. 여기에 엔화 가치가 한국의 원이나 대만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면서 일본 기업의 수출경쟁력이 약해지고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을 감퇴시키고 있다. CLSA의 기술조사 책임자인 바브토시 바지파이는 "엔고가 일본 기업에 치명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FT는 이와 함께 일본 기업이 혁신을 게을리 하고 변화하는 소비자 트렌드를 공략하지 못하는 등 경영 실패에도 일정 부분 원인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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