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이 지난주말 귀국함에 따라 검찰의 삼성 에버랜드 편법증여사건의 수사가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당장 이 회장을 소환할 계획은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수사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이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가 불가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검찰은 지난해말 회계법인 3곳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에버랜드를 비롯한 삼성 주요 계열사들에 대한 감사 자료를 분석중이다. 또 검찰은 고발된 삼성 계열사 법인 대표와 당시 에버랜드 이사 등 33명 가운데 이 회장 일가와 핵심관계자 일부를 제외한 20여명에 대해 소환 조사를 마친 상태다. 수사의 핵심이 되는 부분은 삼성 에버랜드 CB(전환사채)를 이재용씨 등이 인수하는 과정에서 삼성그룹의 조직적인 공모가 있었는지 여부다. 1996년 12월 삼성 에버랜드는 CB 125만4,000여주를 발행했으나 당시 에버랜드의 주주였던 삼성계열사들이 CB인수를 포기했다. 그러자 허태학 전 사장과 박노빈 사장(당시 상무)은 이사회를 열어 주당 최소 8만5,000원인 CB를 주당 7,700원에 재용씨 남매에게 배정했다. 이와 관련 허태학, 박노빈 전현직 사장은 회사에 97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1심에서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연말 재용씨 남매의 CB인수과정에서 삼성비서실이 간여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삼성그룹내의 조직적이 공모가 있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중이다. 특히 이 회장의 지시 여부를 밝혀내는 것이 이번 수사의 알맹이다. 앞으로 검찰은 확보된 자료분석이 마무리 된 후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현명관 삼성물산 회장, 홍석현 전 주미대사,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등에 대한 소환조사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X파일’ 및 삼성채권 대선자금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검찰은 그동안의 따가운 여론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이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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