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한국의 전문변호사] ⑥ 김인만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18년째 한우물…280여건 직·간접 관여<br>대우 상용차부문 청산위기서 '신회사설립' 첫적용<br>기아차 사건땐 '어음 담보권 인정' 법리 정착 뿌듯<br>도산 전문가는 CEO같은 비즈니스 마인드 가져야



법무법인 태평양의 김인만(48ㆍ사시27회ㆍ사진) 변호사는 18년째 도산분야 한 우물만 파왔다. 다른 도산전문 변호사들이 조세나 금융, 혹은 도산과는 무관한 분야에서 시작해 나중에 도산분야로 ‘전향’해왔다면, 김 변호사는 출발부터가 도산분야에서 였다. 지난 91년 군 법무관을 제대한 후 김 변호사는 곧바로 법무법인 태평양에 입사했다. 당시 한보주택 법정관리 사건을 맡은 김인섭 대표변호사(현 명예대표변호사)를 도우면서, 도산분야에 첫발을 내디뎠다. 김 변호사는 “신입 변호사라 딱히 분야를 정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김 대표 밑에서 일하게 되면서 자연히 도산법을 접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회사 설립’ 첫 적용=18년차 베테랑인 만큼 국내의 대표적인 도산 관련 사건은 거의 대부분 김 변호사의 손을 거쳐갔다. 그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사건이 280여개에 달할 정도다. 199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도산사건을 맡아오며 실력을 키워온 김 변호사는 1997년말 외환위기 직후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의 법정관리 신청이 봇물을 이루면서 빛을 보게 됐다. 그는 우선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대우 자동차의 법정관리 신청을 꼽았다. 채무 규모만 40조원에 달하고 관련 소송만 12조원이 넘는 대우자동차의 법정관리 사건은 거의 모든 법무법인이 사건 수임에 눈독을 들인 대형 사건이었다. 김 변호사는 대우자동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이 회사의 법정관리인으로 선임된 이종대 전 기아차 회장을 대리해 대우자동차의 M&A 및 청산절차 전반에 대해 자문을 제공했다. 김 변호사가 가장 고심한 부분은 대우 상용차 부문의 매각문제. 대우 승용차가 GM에 인수돼 GM대우로 재탄생하고, 대우 버스도 인수자를 찾은 반면, 수년간 적자를 면치 못한 상용차 부문은 인수자를 찾지 못해 청산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 때 김 변호사가 내놓은 아이디어가 ‘신회사 설립’제도다. 신회사 설립제도는 부실화된 사업부문의 독자회생을 추진하기 위해 해당 사업부를 물적 분할하고 별도의 독립 법인을 설립하는 것으로, 당시 통합도산법의 전신인 회사정리법에 관련 조문만 존재할 뿐 실무적으로는 한번도 이용되지 않은 생소한 제도였다. 김 변호사는 “채권자들은 상용차 부문을 청산해 채권 일부라도 회수하려고 했지만, 막대한 설비가 아깝고 일자리를 잃게 되는 수많은 종업원들의 처지를 고려해 어떻게든 회생시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고 말했다. 동아건설 파산선고 아쉬움 남아 최악의 상황에서 독자회생의 길을 모색하던 대우 상용차는 2000년초 중국 경기의 호황에 힘입어 소폭의 영업이익을 냈고, 2004년 인도 최대 재벌인 타타그룹이 1,500억원에 인수했다. 김 변호사는 “중국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던 타타그룹이 대우상용차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인수금액도 당초 예상보다 커 적잖이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 기업에 넘어가긴 했지만 대우상용차의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보전하고 금융기관들도 채권을 상당부분 회수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대법원 판례 다수 이끌어내=1998년 4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아자동차에 사건을 맡았을 때도 김 변호사는 수많은 대법원 판례를 이끌어내 도산전문가들 사이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어음에 대한 담보권 인정 여부를 다툰 사건이다. 당시 기아자동차의 채권자측은 어음은 주식이나 부동산과 달리 담보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어음은 기아자동차의 거래처로부터 돈을 회수하기 때문에 거래회사의 재무상태만 양호하면 채권 전부를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어음이 기아자동차의 담보채권으로 인정될 경우 채무조정 과정에서 채권액이 줄어들어 손해를 볼 수 있다. 그러나 기아자동차의 법정관리인을 대리한 김 변호사는 “어음을 주식이나 부동산과 달리 볼 이유가 없고 모든 채권자는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고, 대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김 변호사는 “몇 년전까지만 해도 어음의 담보권 인정 여부와 관련해 법원의 판단이 엇갈렸는데 대법원 판례 이후 어음도 담보에 해당한다는 법리가 확실히 정착됐다”며 뿌듯해 했다. 잊고 싶은 기억도 있다. 2001년 파산선고를 받은 동아건설의 법정관리 신청 사건이 대표적이다. 김 변호사는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아건설의 파산을 막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지만 법원은 자체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결국 파산선고를 내렸다. 그는 “당시 동아건설은 재무상태가 최악이었지만 기술력이나 브랜드 가치라는 측면에서 손꼽히는 우량 건설사였다”며 “법원이 계속가치보다 청산가치가 크다는 이유로 파산을 선고했지만, 이는 단순한 숫자놀음에 불과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파산선고 이후 수차례의 우여곡절을 겪은 동아건설은 2006년 프라임 그룹에 인수됐고, 1년 뒤에는 법원의 관리하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동아건설의 파산선고를 반대한 김 변호사의 소신이 옮았음이 6년여만에 입증된 것이다. 세계적 로펌위해 후배 양성 적극 ◇실력으로 승부하는 자유주의자=김 변호사는 판검사의 길을 마다하고 변호사의 길로 들어선 이유에 대해 “자유를 즐기는 리버럴한 성격 때문”이라고 답했다. 대학 시절 잠시나마 학생운동에 발을 들여놓은 경험도 관직을 기피하게 된 배경 중 하나다. 그는 “매년 인사이동 때마다 전전긍긍하면서 윗사람 눈치를 봐야 하는 판검사보다는 오로지 실적으로 승부하는 변호사가 체질에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도산법 전문가에게는 법리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사고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위기에 처한 기업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같은 유연한 문제해결 능력 즉 비즈니스 마인드를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파산부 판사의 경우 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업의 CEO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비즈니스마인드가 특히 중요하다”며 “매번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법리를 따지는 전형적인 판사는 기업에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요즘 후배 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그는 “5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면 신입변호사 교육도 중요한 책무 중 하나”라며 “의견서 작성 등 기본적인 사항은 물론이고 의뢰인을 대하는 태도까지 가르친다”고 했다. “법률시장 개방 이후 한국의 로펌이 단순히 생존의 차원을 넘어 세계적인 로펌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인재 육성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저 같은 시니어 변호사들이 후배에게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하루에도 수십건씩 몰려드는 사건을 처리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일주일에 한번 이상은 농구코트에서 후배변호사들과 땀을 흘리면서 체력을 다진다는 김 변호사의 다짐이다.
He is

▲1961년 서울 출생 ▲1980년 경기고 졸업 ▲1985년 서울대 법과대 졸업, 제27회 사법시험 ▲1991년 육군 법무관, (현)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1997년 독일 뮌헨대 로스쿨 수료, 독일 짐머만 란게 법률사무소 근무 ▲1999년 재정경제부 재산평가제도 개선 실무회의 위원 ▲2001년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법정관리인 교육과정 강사 ▲2002년 전국 도산실무 법관연수 강사 ▲2005년 서울대 법과대 전문분야 연구과정 ‘통합도산법’ 분야 강사

80년대 초부터 도산분야 도맡으며 주목

● 태평양 기업회생부는 법무법인(유) 태평양의 기업회생부는 팀장인 김인만 변호사를 비롯해 15명의 변호사와 8명의 공인회계사로 구성돼 있다. 도산분야가 거의 주목받지 못했던 1980년대 초반부터 한보주택, 고려원양, 우성건설그룹 등의 회사정리 사건을 도맡으며 주목을 받았다. 1993년부터는 사문화돼 있던 화의제도의 중요성에 주목, 일본 등 외국의 법리를 연구해 기업회생 실무에 처음으로 도입하기도 했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에는 동아건설, 기아자동차, 삼성자동차, 대한통운, 굿모닝씨티 등 주요 기업의 법정관리 사건을 처리하며 수많은 법리를 개발해 명성을 쌓았다. 2007년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 부장판사를 지낸 임치용 변호사를 전격 영입해 팀을 보강하기도 했다. 특히 신입변호사를 대상으로 2년여간 도산법 연수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등 전문 변호사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태평양 관계자는 "30여년간 쌓아온 도산사건 처리 경험을 바탕으로 위기에 처한 기업의 상황을 신속하게 진단하고 최적의 회생방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