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2011년과 2012년은 악몽과 같다. 하반기의 경기가 상반기보다 더 좋을 것으로 자신했지만 전망은 두 해 연속 '크게' 빗나갔다.
2011년의 상반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3.9%로 예측한(실제 3.8%) 정부는 하반기 성장률을 5.0%로 제시했다. 2012년은 하반기 3.8% 성장할 것으로 봤다. 결과는 참혹했다. 2011년의 하반기 성장률은 전망치보다 1.6%포인트나 낮은 3.4%, 2012년 하반기는 전망치의 반 토막도 달성하지 못한 1.5%에 그쳤다.
정부는 올해도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더 좋을 것이라는 전망을 냈다. 상저하고(上低下高)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실행하고 각종 규제 완화 등의 카드를 제시하면서 자신감도 컸다. 더욱이 1·4분기 경제성장률이 3.9%를 찍자 내부에서는 "4%대 성장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분출됐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가 우려로 바뀌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에 따른 내수 부진, 기대만큼 좋지 않은 대외 경기의 영향 탓이다. 정부 내에서는 "이러다 2~3년 전의 상황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들릴 정도다.
문제는 정부의 이 같은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이어 민간 연구소도 성장률을 낮추기 시작했다. 하반기 성장률을 3.1%로 제시한 곳도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아직도 기존 전망치를 고수하고 있지만 '성장률 하향 조정'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낮추는 폭이 어느 정도인지만 관심일 뿐.
◇연구소의 잇따른 성장률 낮추기…한은, 수정 전망에 관심=현대경제연구원은 22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6%(신기준)로 0.4%포인트나 낮췄다. 한국금융연구원도 성장률 전망을 0.1%포인트 내렸다. KDI의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 이후 연구소들이 잇따라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는 것이다. KDI에 앞서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3.4%로 4월보다 0.1%포인트 낮췄다. LG경제연구원은 수출 회복 지원과 소비 부진을 이유로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7월에 발표할 한국은행의 수정 경제전망에도 귀추가 쏠린다. 한은은 지난 4월 올해 국내 GDP 성장률을 4.0%(신기준)로 전망했다. 1월 전망(3.8%)보다 0.2%포인트 높은 수치지만 기준 연도가 바뀐 데 따른 것으로 사실상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내수 부진에 대외 리스크까지…첩첩산중=비관적인 전망이 부쩍 늘어난 이유는 세월호 참사 이후 소비 회복이 더뎌지고 있기 때문이다. KDI는 민간소비 증가율을 이전 전망치(3.6%)보다 훨씬 낮은 2.7%로 낮췄다. 금융연구원도 경제성장률을 낮춘 배경으로 소비 위축을 꼽았다. 현대경제연구원 역시 민간소비 증가율(2.5%)이 지난해 예상(2.7%)을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부진한 대외경제도 악재다. 세계은행은 지난 10일 전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2.8%로 예상보다 0.4%포인트 내렸다. 주요 국가의 성장률도 낮췄는데 △미국 2.8%→2.1% △중국 7.7%→7.6% △개발도상국 5.3%→4.8% 등이다. 이뿐 아니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여전하고 하반기 이후 미국이 금리 인상 시기 저울질을 시작하면 이와 관련한 대외 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다. 여기에다 이라크 내전과 러시아·우크라이나 가스 대란 등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가세했다. 우리나라의 수출 경기가 급격하게 둔화될 수 있는 셈이다.
홍준표 현대연 연구위원은 "소프트패치(경기 회복 국면 중 일시적 어려움)에 빠진 우리 경제가 더블딥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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