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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손들어준 국민연금

투자위, 합병 찬성 결정… 공식 발표는 안해<br>국제 투기자본 차단… 국가 경제에도 도움

삼성물산(000830)과 제일모직 합병의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이 10일 찬반 의결권 행사 여부를 결정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이 미칠 영향을 감안해 회의 결과를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물산 지분 22.38%를 보유한 소액주주들이 합병 성사의 막판 변수로 떠오르면서 삼성과 엘리엇매니지먼트 간 막판 지분확보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삼성은 국민연금이 이번 합병에 찬성할 것으로 기대하며 합병안 통과 마지노선인 지분 47%(주총 참석률 70% 기준) 이상을 끌어모으기 위해 소액주주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의결권 위임 활동에 나섰다. 엘리엇 역시 합병 무산을 위해 삼성물산 전체 주주에게 '이번 합병에 반대해달라'는 내용의 공개서신을 보내는 등 소액주주 표심 잡기를 벌이고 있다.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는 이날 오후 서울 논현동 기금운용본부 사옥에서 투자위원회를 열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찬반 의결권 행사를 직접 할지, 아니면 의결권전문위원회로 넘길지를 집중 논의했다. 투자위는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본부 실장급 인사 7명과 팀장급 인사 3명 등 최대 12명으로 구성된다. 기금본부 직원들로 위원회가 구성되다 보니 대다수 기업의 의결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날 회의는 달랐다. 국민연금에 쏠린 세간의 관심 때문인지 이날 회의는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평소보다 훨씬 긴 두 시간이 넘도록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 측은 회의 결과에 대해 입을 다물었지만 기금본부 차원에서 찬반을 결정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국가 경제에 대한 파급효과와 헤지펀드와의 대결구도 등을 고려해 국민연금이 자체적으로 찬성 의사를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신인석 자본시장연구원장은 이날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대기업 지배구조 문제를 놓고 정체도 알지 못하는 해외 벌처펀드에 칼자루를 쥐어줘서는 안 된다"며 "우리 힘으로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ISS와 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구가 합병반대를 권고했지만 국민연금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회의 결과와 별도로 삼성은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연금(11.21%)의 찬성을 받아내더라도 오는 17일 주총에서 합병안을 통과시키려면 추가 우호지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주주명부 폐쇄일인 지난달 11일 기준 삼성 측의 우호지분은 19.78%다. 최근 삼성의 백기사를 자처한 KCC가 5.96%를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SDI 4.79%, 삼성화재 4.79%, 이건희 회장 1.41%, 삼성복지재단 0.15%, 삼성문화재단 0.08% 등이다.

삼성은 국민연금과 국내 기관투자가(11.05%) 지분을 모두 받더라도 42% 정도다. 임시주총 참석률을 70%로 가정했을 때 삼성이 합병안을 통과시키려면 전체 지분의 47% 이상을 끌어모아야 한다. 삼성과 엘리엇 간 공방이 치열해지면서 주총 참석률이 80%까지 치솟으면 삼성은 53% 이상의 우호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외국인투자가(23.65%)의 경우 ISS의 반대 권고에 따라 엘리엇 측(11.93%)을 대부분 지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삼성은 최소 5% 이상, 최대 11% 이상의 소액주주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삼성물산 소액주주는 약 10만여명으로 전체 지분의 22.38%를 가지고 있다. 실제 삼성물산 임직원들은 지난 6일부터 팀별로 담당 소액주주를 배정받아 의결권 위임 권유활동을 시작했다. 반면 주총 참석률을 70%로 봤을 때 3분의1인 23%의 지분을 확보해야 합병안을 부결시킬 수 있는 엘리엇도 이날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반대표를 행사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엘리엇은 '주주들에게 보내는 성명서'에서 '제일모직이 의도적으로 삼성물산에 저평가된 가격을 제시한 합병안의 반대에 동참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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