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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정부에서 미 재무장관을 지냈던 로런스 서머스 전 하버드대 총장이 미국의 경기둔화 가능성을 거론하며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 경제 의존도를 더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머스 전 총장은 10일 삼성증권이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개최한 ‘글로벌 인베스터스 컨퍼런스’에서 “향후 1~2년 미국 경제 성장률은 2%에 그칠 것이며 앨런 그린스펀의 지적대로 경기침체가 일어날 가능성도 30%는 된다”며 “미국의 성장에 의존했던 많은 나라들이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과거 국내총생산(GDP)의 2.2%였던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7%로 확대됐고 수입은 수출의 166%에 달한다”며 “현재 미국의 성장속도를 고려할 때 전세계 내수시장이 현재 수준을 유지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지금은 미국이 다른 국가의 성장동인을 제공해주는 마지막 시기”라고 평가했다. 서머스 전 총장은 이어 미국 경제가 직면한 문제점으로 ▦경기침체 우려 ▦미 경상적자로 인한 세계 경제 불균형 ▦경제민족주의 도래 ▦지정학적 위기 등을 꼽으며 차기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더라도 이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주택 가격이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어 지난 2001년 나스닥 버블과 유사한 자산가격 버블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인상에 나서고 자산가격 상승 기대도 무너질 경우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머스 전 총장은 이와 함께 “아시아 국가들의 성장과 미국 진출, 외국 노동자 유입 등을 두려워하는 계층이 있다”며 “이로 인해 미국 내에서 보호주의와 경제민족주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삼성 글로벌 인베스터스 컨퍼런스에서는 서머스 전 장관에 이어 진동수 재정경제부 차관이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내놓았다. 진 차관은 “앞으로 신경제, 사회 고령화 등이 우리 경제에 잠재적인 장애물이 될 수 있다”며 “노동이나 자본을 투입하는 요소주입형 경제가 아닌 혁신주도형 경제체제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또 피델리티ㆍ싱가포르투자청(GIC) 등 미국ㆍ유럽ㆍ아시아 각국에서 350여명의 기관투자가들이 참여했으며 국내 기업 중 삼성전자와 하나투어ㆍ메가스터디ㆍ하나금융지주ㆍNHNㆍ대우건설 등이 기업설명회를 개최했다. 11일에는 찰스 카트먼 전 한반도 평화회담 특사, 제임스 매코맥 피치 아시아총괄 이사 등이 강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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