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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소금 사재기로 본 中인민의 불신

"이유는 모르겠지만 남들이 사니까 나도 사는 거예요" 지난 17일 평소 안면이 있는 한 이웃집 중국인 아주머니가 단골 슈퍼마켓의 소금이 동나 인근 상점으로 달려가며 하는 말이다. 이날 기자가 거주하는 베이징 북동부 주거지역인 왕징의 대부분 상점 및 가게에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소금이 동났다. 한 박스에 40여 위안하던 소금은 600위안까지 급등했고 중국판 트위터에서는 "소금을 샀냐"는 말이 인사말이 될 정도였다. 일본 방사능 유출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소금이 방사능 예방에 좋다는 설이 나돌면서 중국 동남부 저장성 항저우에서 16일 일기 시작한 소금 사재기는 급기야 수도 베이징으로 북상했고 동북부와 내륙 지역으로 번져나갔다. 영문도 모르고 소금 구매 행렬에 나섰다가 소금이 떨어지자 대신 간장을 사는 해프닝도 전국 곳곳에서 벌어졌다. 사실 중국의 평소 시중 소금 공급은 충분했기 때문에 소금장사는 이윤이 극히 미미했다. 하지만 이번 광풍을 타고 업자들은 매점매석에 나서며 가격을 한껏 올렸다. 어이없게도 이번 사태는 항저우의 직장인 천모(31)씨가 15일 인터넷에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산둥반도 해역이 오염될 것이다. 주변 일가친척과 친구들에게 소금과 말린 미역 등 해산물을 1년 동안 먹을 만큼 확보하는 게 좋을 것"이라는 글을 올린 것이 발단이 됐다. 당국이 소금과 방사능 피폭 방지와는 관계가 없다고 밝히고 소금 매점매석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면서 소금 광풍은 일단락됐다. 정작 방사능 유출의 진원지인 일본에서는 소금이 정상 유통되는데 중국은 당국이 방사능피해가 전혀 없다는데도 불구하고 소금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는 역설적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인민들의 지나친 군중심리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정부를 믿지 못하는 뿌리깊은 정서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중국 유력 주간지인 경제 관찰보의 왕레이 평론가는 "중국 언론은 대ㆍ소형 사건 가릴 것 없이 진실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게 아니라 정부 입장에서 좋은 것만 골라 보도하는 행태를 보여왔다"며 "이러다 보니 이는 언론에 대한 인민의 불신으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ㆍ재생산되고 있다"고 평했다. 정부와 인민이 서로 믿지 못하면 정부는 소통보다는 더욱 더 공권력에 기대게 되고 인민은 비상시에 각자 자구책에 매달리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태평양 건너 미국의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시작된 '재스민 시위 요구'에 중국 전역의 공안이 총동원되고 외신기자 탄압에까지 나선 것도 이 같은 기제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원자바오 총리는 최근 양회에서 "정치체제 개혁 없이는 경제개혁의 성과도 잃어버릴 수 있다"고 또다시 역설했다. 정부와 인민의 신뢰회복은 국민의 알 권리가 충족되는 데서 시작된다. 원 총리의 말이 한낱 수사가 아니라 우국충정의 발로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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