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메밀꽃의 상징인 평창은 끝내 웃음꽃을 피우지 못했다. 평창의 승리를 위해 과테말라까지 날아간 노무현 대통령은 호텔 방에 앉아 과테말라시티 하늘에서 터지는 ‘소치의 불꽃놀이’를 말없이 지켜봐야만 했다. 평창이 러시아 국영기업인 가즈프롬을 중심으로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한‘푸틴의 힘’과 아시아를 원하지 않은 유럽의 지역주의 앞에서 또다시 무릎을 꿇었다. 평창의 패배는 대한민국의 취약한 스포츠 외교력과 유치전의 정보력 부재, 부실한 동계스포츠 수준 등이 혼재된 스스로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스포츠를 중심으로 한 국제 외교무대에서의 우리 현실을 새삼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평창은 5일 오전(한국시간) 과테말라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의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투표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강력한 지원을 등에 업은 소치에 47대51로 패했다. 1차 투표에서는 36표를 얻어 34표ㆍ25표를 얻은 소치와 잘츠부르크를 따돌렸지만 밴쿠버에 2차에서 역전패한 4년 전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말았다. 승리의 여신은 1차 투표에서부터 평창을 외면하는 듯했다. 1차 투표에서 예상보다 5~10표나 적게 나와 불안한 기운이 감돌았고 1차에서 잘츠부르크를 지지했던 유럽 IOC 의원들은 ‘러시아도 유럽’이라며 소치에 몰표를 던졌다. 철석같이 믿었던 아프리카와 중남미, 심지어 아시아 표까지 평창에 등을 돌렸다.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이 공을 들였던 텃밭에서조차 표를 놓치는 허약한 스포츠 외교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정보력에서도 푸틴 대통령에게 철저하게 당했다. 푸틴 대통령이 2차 투표에 대비해 잘츠부르크 지지자들을 집중적으로 겨냥한 반면 우리는 ‘평화 모드’라는 감성에만 지나치게 의존했다. 곧 돌아와 제시될 정부와 유치위의 대책에‘동계스포츠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위한 체계적인 육성책과 스포츠 외교력에 대한 재검토가 뒤따라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는 이유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