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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상후하박(上厚下薄)'의 인력 구조를 가진 시중은행에서도 정년연장은 뜨거운 화두다. 지난달 30일 총파업을 강행하려다 무위에 그친 바 있던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역시 임단협 핵심 요구사안의 하나로 정년연장 카드를 전면에 내세운 바 있다. 그만큼 시중은행에서도 고령 직원의 정년 문제는 오랜 시간 고민거리로 남아 있다.
이 가운데 기업은행의 '현업연장제도'가 정년연장을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조준희 기업은행장이 취임 직후 의욕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현업연장제도는 임금피크제와 정년퇴직제도의 순기능만을 조합한 인사제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17개 시중은행 및 지방은행에서 지난 2005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임금피크제는 인건비를 절감하고 고령 실업률을 낮추는 장점이 있다. 반면 생산성 저하와 청년 일자리 감소라는 부작용을 지니고 있다.
특히 시중은행 영업점장으로 근무하다 임금피크제 적용 이후부터는 사실상 후선 업무로 밀려나며 심리적인 박탈감도 컸다. 이러한 이유로 임금피크제보다는 희망퇴직을 선택해 은행을 떠나는 고령 직원들이 대부분일 정도로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했다. 2008년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던 국민은행은 지난해 초 임금피크제를 폐지하기도 했다.
기업은행은 임금피크제의 이러한 부작용을 감안해 고령 직원들의 현업 근무기간을 늘려주는 현업연장제도를 마련했다. 이 제도는 임금피크제 적용대상이 되는 55세 직원이 6개월 단위로 정규직 직원 계약을 연장하며 그대로 현업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골자다. 임금 역시 임금피크제보다 유리하다. 임금피크제는 55세부터 60세 정년까지 5년 동안 임금이 기존보다 260%가량 감소하는 반면 현업연장제도를 택할 경우 임금피크제보다 매년 3,000만원가량의 연봉을 더 받을 수 있다.
대상은 55세 이상 직원 중 근무성과가 상위 20%에 해당되는 고령 직원들이다. 평가시스템도 체계적이다. 지점에 대한 경영평가 및 해당 지점장에 대한 부하 직원과 지역 본부장의 다면평가 등을 수치화해 이를 종합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고령 직원들의 호응도도 뜨겁다. 기업은행이 2011년부터 제도를 시행한 후 현재까지 현업연장제도를 선택한 직원이 77명으로 임금피크제(6명)보다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조 기업은행장은 "현업연장제도로 고령 직원들의 소중한 노하우가 사장되는 것을 방지하는 한편 근무의욕을 고취시켜 업무성과도 과거(임금피크제)에 비해 뛰어나다"며 "고령실업 저하 및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가지 난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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