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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의'벤처(venture)'가 갖고 있는 사전적 의미는 '모험'이다. 그 말 뜻대로 많은 벤처기업인들은 성공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없어도 자신의 역량이나 사업 아이템에 대한 가능성 하나만 믿고 과감하게 창업시장에 발을 내딛고 있다.
태양광발전 효율향상 시스템 전문업체 하이레벤의 유상철(36·사진) 대표도 그 중 하나다. 지식경제부 산하 국책 연구소라는 안정된 직장을 포기하고 기업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한지 4년째. 그간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국내 대표 '녹색벤처'로 기업을 일궈낸 유 대표의 이력이야 말로 '모험'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들어맞는다.
하이레벤의 주력 제품은 태양광발전 모듈에 특화된 스프링클러 시스템 '썬업(SUNUP)'이다. 쉽게 말해 물을 뿌려 태양전지 표면을 세척해 주는 제품이다. 유 대표는 "태양전지는 표면 온도가 섭씨 1도씩 올라갈 때마다 0.5%씩 발전효율이 떨어진다"며 "썬업은 모듈 온도를 내려줘 태양광 효율을 연평균 8%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압을 이용해 제품이 작동하도록 해 불필요한 전기 사용을 줄이고 물 사용량도 일반 스프링클러의 1/6 수준으로 낮춰 운영비를 최소화 한 것도 눈에 띈다.
현재 하이레벤의 썬업은 경북 김천 소재의 삼성 태양광발전소와 LG의 충남 태안 발전시설 등 국내 대표 대기업이 운영 중인 태양광 모듈을 포함해 수자원공사 등 공공기관 발전소에도 설치돼 있다.
이 처럼 이미 시장이 주목한 하이레벤의 기술력은 유 대표에게 2009년 대한민국기술대상 지식경제부 장관상에 이어 지난해 12월 제3회 국가녹색기술대상 국무총리상과 경기 녹색산업대상 수상이라는 쾌거를 안겨줬다. 2008년 배화여대 창업보육센터 사무소에서 직원 2명과 자본금 5,000만원으로 창업에 나섰을 때만 해도 상상도 못했던 모습인 셈이다.
사실 유 대표가 창업을 결심한 때는 한참 전인 2000년이다. 당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에 입사했던 그는 출신대학인 카이스트 선배들이 IT벤처 붐을 이끄는 것을 보고 같은 길을 걷겠다고 마음 먹는다. 이후 2007년 고유가 문제가 대두되며 신재생 에너지 분야가 각광받기 시작했을 때 '기회가 왔다'고 판단한 유 대표는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뉴욕 컬럼비아대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지금의 사업 아이템을 찾아낸 그는 곧바로 귀국해 기업인으로서의 두번째 삶을 시작하게 된다.
창업에 나선 2008년 첫해, 유 대표가 개발한 썬업 시제품은 지식경제부의 친환경전기에너지 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면서 주목 받는다. 본격적인 영업에 나선 것도 그 때부터다. 시제품을 들고 무작정 대기업을 찾아간 그는 직원들과 함께 삽을 들고 직접 제품을 설치하기도 했다. 유 대표는 "처음 설치한 발전소에서 효율이 20% 더 나온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실력이 입증된 만큼 이후 순조롭게 고객사와의 계약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는 하이레벤에게 또 다른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 대표는 "RPS에 참여하는 발전사업자 입장에서는 수익을 높이기 위해 효율이 높은 발전시설을 선호하게 된다"며 "정부가 매출을 약속해 준 만큼 우리로서는 사업 기회가 열린 셈"이라고 말했다.
관련 특허만 35개를 갖고 있고 출원 중인 특허도 65건에 달해 사실상 시장에서의 경쟁자가 없다는 점도 당분간 하이레벤의 독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덕분에 올해 연 매출 목표도 작년의 3배 수준인 150억원으로 높게 잡았다. 금년에는 해외 진출도 염두에 두고 미국과 독일, 일본 기업과 접촉하고 있다. 내년에는 코스닥에 상장하겠다는 목표도 내걸었다.
유 대표에게는 또 다른 꿈이 있다. 바로 "녹색벤처로서 사회에 공헌하고 싶다"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등 녹색 사업이야 말로 요즘 같이 환경과 에너지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국가의 사회간접자본(SOC)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그는 "안철수씨가 요즘 주목을 받는 것도 많은 사람들이 벤처에 희망을 갖고 있어서일 것"이라며 '희망을 줄 수 있는 벤처'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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