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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중국 장쑤(江蘇)성 쑤저우(蘇州)시 쑤저우공업원구 구직지원센터 앞. 일자리를 찾아 중국 전역에서 몰려든 대졸 젊은이들이 선 두 줄이 자그마치 200여미터에 이를 정도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호수가 많고 도시 구석구석이 운하로 연결돼 ‘동양의 베니스’로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데다 반도체ㆍ광전ㆍ항공기부품 등 첨단산업이 자리잡고 번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쑤저우에 본격적인 개발바람이 분 것은 싱가포르 정부가 그들의 조상이 살았던 이곳 70㎢에 대해 중국정부와 합작개발 합의서를 체결했던 94년 2월부터다. 양국 고위관료로 구성된 연합협조이사회가 큰 문제를 해결하고 쑤저우공업원구관리위원회가 건설을 주도하되 합작 설립한 ‘중국-싱가포르 쑤저우 개발유한공사’가 도시 설계를 담당케 했다. 이후 쑤저우공업원구의 GDP는 10년 동안 연평균 45%라는 놀라운 속도로 성장했다. 올해 7월 말 현재 2,036개 외자기업으로부터 216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했다. 중국정부는 쑤저우를 외자도입의 파일럿 단지로 삼고 있다. 쑤저우공업원구의 급성장은 뛰어난 자연환경, 중국 동남쪽 연안 경제벨트와 대륙을 가르는 양쯔(揚子)강 경제벨트가 교차하는 천혜의 입지조건, 상하이(上海)보다도 평균 30~40% 낮은 인건비, 무분규 등에다 싱가포르의 높은 도시계획 기술이 이식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외자유치에는 무엇보다도 외자 신청 3일 만에 모든 수속을 밟아주는 원스톱서비스 시스템이 큰 역할을 했다. 중국에서 가장 먼저 도입된 이 시스템은 중앙정부와 성정부ㆍ시정부로부터 권한을 대폭 위임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공업용지를 조성원가(㎡당 50달러)보다도 낮은 ㎡당 15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제공해 눈길을 끌었다.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상업용지(40년 임대)와 주택용지(70년 임대)는 반드시 경매에 부치도록 법률로 규정, 각각 ㎡당 500~1,000달러, 400~500달러에 팔리고 있다. 대학타운 건설도 관심을 끌었다. 쑤저우공업원구관리위원회에서 아시아 투자유치를 담당하는 진렌유이(金蓮玉)씨는 “시설비에 대한 부담 없이 대학을 쉽게 유치할 수 있도록 원구측에서 전액 투자해 캠퍼스를 직접 건설했다”고 말했다. 벌써 베이징대ㆍ난징대 등 중국 내 유명대학 5~6개와 아일랜드 램리크대 등의 이공계 대학이 입주했다. 특히 이들은 부상하는 첨단산업과 클러스터를 형성, 경제발전의 가속도를 내는 데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한편 싱가포르는 90년대 초 말레이시아 등 급성장하고 있는 이웃 국가를 계속 제치고 생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다 남의 나라에 본토를 이식하는 방안을 강구, 인도네시아 바탐, 베트남 사이공에 이어 쑤저우공업원구를 개발하게 됐다. 전일수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장은 “싱가포르는 주변국보다 한발 앞서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갖고 그들 땅이 아니더라도 그들 기업들이 진출해 성장할 수 있는 묘안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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