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아내 모두 과학자인데도 딸은 과학에 관심이 없어요. 아마 과학은 주입식 교육이 맞지 않는 분야인데 원소 기호나 외우는 암기식·주입식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캠브리지대의 경우도 유학온 미국 학생들이 영국 학생보다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데 새로운 교습법을 개발해야 할 것 같아요."
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5 세계과학기자대회' 사전행사에서 팀 헌트(사진·72) 캠브리지대 명예교수는 '창의 과학 - 오직 하나의 게임일 뿐인가?'라는 주제의 대중강연을 통해 주입식 과학 교육에 대해 이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헌트 교수의 모국인 영국의 상황을 빗댄 설명이었지만 그 어느 곳보다 암기식·주입식 교육 풍토가 강한 한국 교육계도 움찔할 만한 지적이었다.
헌트 교수는 영국의 생물학자로 세포주기의 중요 조절인자인 사이클린을 발견한 공로로 영국의 폴 너스 박사, 미국의 릴런드 하트웰 박사와 함께 지난 2001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세계적 석학이다. 헌트 교수는 이 업적으로 2006년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까지 받았다. 유럽 연구재단 원장을 지냈고 유럽분자생물학기구(EMBO), 미국국립과학원(NAS) 회원이기도 하다.
그는 잘못된 실험으로 사기꾼으로 몰리는 과학자에 대해 "실험에서 오류가 나올 수는 있지만 해당 과학자가 어떤 사람인지도 중요하다"며 "실험실에 있는 기계를 100% 믿어서도 안 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강연 직후 서울경제신문과 따로 만난 교수는 최근 한국에서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헌트 교수는 "바이러스를 통한 질병은 어떻게 발병인자가 전달되는지 밝히는 게 중요하다"며 "언론은 알려진 것 위주로 설명을 하고, 또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독감만 해도 왜 겨울에만 걸리는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며 "메르스 같은 질병은 사실 매우 작은 원인에서 비롯됐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2015 세계과학기자대회'는 전세계 과학 언론인의 교류를 위해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행사로 이번이 9회째이다. 9일 공식 개막해 11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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