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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외환시장 개입보다 국제공조를


환율이 심상하지 않다. 지난 7월 말 미화 1달러당 1,052.60원이던 환율이 28일 1,179.70원으로 두달 만에 12.1% 상승했다. 그런데 이러한 환율 상승은 우리 만의 문제가 아니다. 같은 기간 스위스 프랑은 11.8%, 호주 달러는 11.1%, 뉴질랜드 달러는 10.5%, 캐나다 달러는 7.4%, 싱가포르 달러는 6.8%, 말레이시아 링기트는 6.6%, 유로화는 5.5% 상승했다. 환율이 올라 미 달러화 가치가 증가하는 현상이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환율 상승할 수밖에 없는 상황 주지하다시피 이러한 세계적인 환율 상승의 배경에는 유럽의 경제위기가 있다. 유럽의 경제위기 심화에 따라 투자자들의 미 국채 등 소위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고 미 달러화 자산에 대한 수요 증가는 달러화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져 달러화의 가치가 상승하는 현상이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는 그리스의 재정위기로부터 시작된 유럽의 경제위기가 아직 그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스 등의 재정위기를 완화하려면 이들 국가의 재정적자 감축과 동시에 독일 등 주요 국가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데 이 중 어느 것 하나 쉽게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유럽이 단일통화를 쓰고 있기는 하나 국가별로 독립적인 정치체제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적자 감축과 다른 국가에 대한 대규모 지원 등과 같이 인기 없는 정책들이 채택되기란 정치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이에 따라 많은 전문가들은 유럽의 경제위기와 그에 따른 세계경제 침체가 앞으로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의 환율 상승은 기본적으로 국내 요인이 아니라 해외 요인에 기인한 것이며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유럽의 재정위기 완화와 세계경제 회복 등 외부 여건의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우리 정책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해 환율 상승을 억제하려고 하는 노력은 성공하기가 어렵다. 외부에서 화재가 발생해 우리 집에 불이 붙은 경우, 우리 집에만 물을 뿌려댄다고 해서 불을 끄기는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이 경우 정책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에 따라 일시적으로 환율 상승을 억제할 수는 있겠으나 유럽의 경제위기와 세계경제 침체가 지속되는 한 결국 환율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더욱 큰 문제는 이번 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정책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이 환율 상승을 막지 못한 채 외환보유액 감소로 이어져 정책당국의 위기대응 능력만 떨어지게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처럼 정책당국의 위기대응 능력이 저하될 경우 우리나라에 대한 국제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대폭 하락해 앞으로 더욱 큰 위기가 초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최근 환율 상승에 대해 정책당국은 외환시장에 개입하기보다는 무역수지 흑자 기조 유지, 금융기관 외화자산 및 부채의 건전성 관리 등을 통해 외환시장의 안정을 도모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의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 등을 통해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는 등 국제적인 공조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美 연준과 외환 스와프 효과적 최근 국제결제은행(BIS)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07~2009년 금융위기 과정에서 한국은행의 외환스와프시장을 통한 달러 공급은 환율 안정에 기여하지 못한 반면, 미 연준과의 외환스와프에 의한 달러 공급은 환율 안정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로부터의 외화유동성 확보와 관련해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외화유동성 위기 극복에 국제공조가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및 환율 상승, 수출 감소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의 위기들을 잘 극복한 바 있다. 이번의 위기도 슬기롭게 극복할 것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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