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행장은 감정 어린 말을 이어가면서도 "지난 3년간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금융외교는 정말 중요하다. 금융외교 없이는 대형 플랜트 수출이나 금융의 해외 진출이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 금융시장의 질서에 많은 변화가 있었던 만큼 '독불장군'식의 행보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금융외교나 '네트워크 구축'은 취임 당시의 일성이기도 했다. 3년 전인 2011년 2월7일, 김 행장은 '선진국 수출신용기관(ECA)과의 네트워크 확대'를 취임 화두로 던졌다.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세계적인 투자은행(IB)의 자금 조달 기능은 약화되고 국책은행들의 역할이 커지는 현상을 주목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구조 변화를 정확히 짚은 혜안이었다. 김 행장은 "대형 플랜트 등을 수주해도 과거처럼 글로벌 IB 몇 곳이 자금을 빌려주면 끝나는 구조는 사라졌다. 그 공백을 수출입은행 등 각국의 정책금융기관들이 보완하고 있었는데 네트워크 없이는 여타 정책금융을 끌어들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 행장 취임 이후 아랍권은 물론 유럽·아시아 주요 국가 등의 금융기관과 협조융자 활성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김 행장은 "이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많은 성과를 이끌어냈는데, 보람이 컸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유럽계 금융기관이 장악하던 '선박 금융시장'을 외환은행과 손잡고 뚫는 계기도 됐다. 네트워크를 활용해 김 행장이 도입한 금융 자문·주선 업무는 앞으로 수은의 먹거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행장은 "2011년 시작한 이 업무는 지난해 총 398억달러(31건)의 실적을 기록했는데 이 분야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외화 유동성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에 대해 김 행장은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했던 때"라고 회고했다. 그는 "정책금융기관의 발행금리는 국내 금융기관에 기준이 된다. 금리를 조금이라도 낮추고 많은 물량은 발행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몰리고 금리도 낮췄을 때 정말 뿌듯했다"고 회고했다. 27년 만에 수은법을 통째로 개정한 것을 두고는 "노력한 만큼의 결과였다"고 자평했다. 업무체계가 열거주의에서 대출, 보증, 채권·증권에 대한 투자 등 포괄주의로 바뀌는 등 수은의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무관료를 거쳐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까지 역임한 그는 최근 카드정보 유출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임기가 끝나는 김 행장은 퇴임식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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