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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CEO 비전을 말한다 ⑫ 홍범준 ㈜좋은책신사고 대표

"느려도 제대로"…수학 이러닝에 총력<br>소비자 의견 충분히 수렴후 책 제작<br>양질의 콘텐츠 개발·확보에도 전력<br>'신사고·우공비 시리즈' 등 대히트


"우리는 착실하게 한걸음씩 내딛는 '거북이 기업'입니다." 홍범준(48ㆍ사진) ㈜좋은책신사고 대표는 '느린 기업'을 강조한다. 시간은 조금 걸려도 몸에 좋은 '슬로푸드'처럼 단기간 성장을 위한 몸집 불리기보다는 "책임질 수 있는 범위 내"에서의 내실 있는 발전에 방점을 둔 것이다. 이 같은 홍 대표의 사업 전략 덕에 좋은책신사고의 지난해 매출액은 576억원으로 업계 4위를 기록했지만 당기순이익은 145억원으로 1위에 올랐다. 홍 대표는 "콘텐츠 개발, 직원들의 복리후생에는 꾸준히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시류에 휩쓸려 새 사업을 벌인다거나 몸집을 부풀리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며 "원가관리나 예산관리에서도 불필요한 부분은 과감히 떨어내는 '합리적인 경영'으로 순이익을 끌어 올리고 있다"고 자부했다. ◇장고 끝엔 악수(樂手)='느려도 제대로'라는 홍 대표의 확고한 신념은 기획단계에서부터 시작된다. 학원강사를 하던 1990년 좋은책신사고의 전신인 '학진평'을 설립한 홍 대표는 첫 작품인 '서울대 수학'으로 참고서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다. 서울대 본고사 수학문제를 풀이했던 '서울대 수학'은 관련 서적이 전무했던 당시 상위권 학생들로부터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학생들이 원하는 것에 답이 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홍 대표는 책 한 권을 만들기 전에 늘 장고(長考)에 들어간다. 그리고 이 긴 시간은 독자 제안이나 설문조사 등 소비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으로 채운다. 경영이념인 '일등기업' '합리추구' '인재제일' '고객지향' 중 합리추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홍 대표는 "다방면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바로 합리추구"라며 "여러 목소리 속에서 공통분모가 무엇인지 찾아내는 과정이 기획의 전부인 셈"이라고 강조했다. ◇착한 콘텐츠 시작되다='수요자의 니즈(needs)'가 뼈대라면 홍 대표는 여기에 '착한 콘텐츠'라는 살을 붙였다. 그가 강조하는 '착한 콘텐츠'의 첫째 조건은 오탈자와 오류가 없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좋은책신사고는 10년 가까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자기목표관리제(MBO)'를 실시하고 있다. 개인별 목표 카드에 오탈자ㆍ오류 발생 빈도가 기록되고 이에 따른 점수가 임금 등 처우로 이어진다. 철저한 사후서비스제도도 착한 콘텐츠의 중요 요소. 고객이 특정 참고서에 대한 의문 사항을 올리면 24시간 내에 답변이 달린다. 고객의 지적으로 오류가 발견되면 즉각 홈페이지에 이를 공개하고 2쇄에 반영한다. 홍 대표는 이를 "고객과의 소통으로 책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콘텐츠 집착은 계속 이어질 것=스스로가 저자 출신이기 때문에 콘텐츠에 집착하는 부분이 있다는 홍 대표는 "음식점 하나를 해도 주인이 새벽부터 재료를 준비하고 서비스까지 해야 성공하듯 출판사 CEO도 마찬가지"라며 "내가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이상 콘텐츠에 대한 집요한 승부는 계속 돼야 한다고 보고 이 사실이 지금도 나를 긴장시킨다"고 말한다. 이 같은 집착과 노력은 신사고ㆍ우공비 시리즈의 '대박 히트'를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 됐고 특히 수학문제기본서 쎈(SSEN)은 고등 시장의 인기에 힘입어 초등ㆍ중등으로까지 이어지며 출시 6년 만에 단일과목 브랜드로는 업계 최초로 1,000만부 판매를 돌파했다. ◇EBS역풍, 초ㆍ중 시장에 중점=매출 상승의 기세를 몰아오던 좋은책신사고지만 'EBS-수능 연계율 강화'라는 암초 앞에서는 제동이 걸렸다. 홍 대표는 올해의 상황을 "경쟁이 될 수 없는 게임이었다"고 표현했다. 그는 "교육 산업이 입시, 그 중에서도 수능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며 "정부의 EBS연계 강화 방침으로 인해 창업 20년 만에 매출이 정체된 유일한 해"라고 씁쓸해 했다. 홍 대표는 'EBS 악재'를 벗어나기 위해 '수학 이러닝'이라는 새로운 캐시카우를 키운다는 전략이다. 좋은책신사고는 이미 이달 초 '쎈 수학' 교재를 독점 강의하는 수학전문 이러닝 사이트인 피클(www.sinsago.co.kr)'을 오픈, 학생들이 원하는 문항만 골라서 값을 내고 강의를 들을 수 있는 독특한 시스템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홍 대표는 "병원으로 치자면 종합병원이 아닌 당뇨병 전문 병원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그동안 강세를 보여온 수능다큐ㆍ우공비 등 여러 시리즈의 수학 교재를 이러닝 콘텐츠로 전환해 향후 5년 간 엄청난 투자를 할 계획이다. 독보적인 수학 전문 이러닝 사업을 전개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홍 대표의 사무실 위에는 '담론정(談論亭)'이라는 문패가 걸려있다. "이 담(談)자가 '맑을 담'입니다. 자세히 보면 불 두 개를 이야기(言)가 꺼주는 모양이죠. 큰 욕심 같은 불을 끄고 담담한 마음으로 성실하게 노력하자는 게 내 비전이고 그렇게 좋은책신사고를 운영하고 싶습니다." 소박한 미소가 향한 세 글자의 문패 속에는 홍 대표의 경영 철학과 인생관이 모두 담겨있다. ◇약력 ▦1989년 서울대 수학과 졸업 ▦1990년 도서출판 학진평 설립 ▦1995년~ ㈜좋은책 설립, 좋은책신사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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